한마음혈액원, 52만여 샘플 열흘간 상온 방치
수혈 부작용을 조사하기 위해 보관한 ‘혈액샘플(보관검체)’ 8년치 분량이 담당 기관의 관리 소홀로 모두 변질된 사고가 발생했다.1일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1년 6월 사이에 수집돼 한마음혈액원에서 보관 중이던 혈액샘플 52만여건이 냉동고 고장으로 상온에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혈액샘플은 헌혈자에서 채취한 혈액 320~400㎖ 가운데 일부(5㎖)를 별도로 보관한 검체를 말한다. 이 샘플은 수혈 후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혈액을 검사해 원인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혈액샘플은 10년간 영하 20도에서 냉동 보관해야 한다. 보관 온도가 부적정하면 혈액 속 세균이 증식하거나 바이러스가 죽고 항체도 변한다. 수혈 당시 혈액 상태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52만여개의 혈액샘플이 지난 4월20일께 열흘 가량 상온에 노출, 방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는 한마음혈액원이 4월30일 질병관리본부에 분기별 보고를 하던 중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고 당일 현장조사를 거쳐 5월14~18일 복지부와 함께 한마음혈액원의 혈액 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최근 한마음혈액원이 냉동고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긴 이후 온도 조절 관리가 철저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냉동고 외부 제어판과 내부 온도가 달랐으나 확인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혈액샘플에 대해서는 현재 상태와 이전 상태를 비교하는 검사가 진행 중이나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온에 노출돼 변질됐기 때문에 수혈 사고 발생시 수혈자를 일일이 찾아 추가 수혈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한마음혈액원에 대한 행정처분을 고려 중이나 관련 규정이 없어 추후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