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에 급증…”양육방식 왜곡, 도덕적 해이”
정부가 0∼2세 영아의 보육료 지원을 늘리면서 보육시설 이용률이 급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로 뛰어올랐다.산모의 취업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데도 보육시설에 아기를 장시간 맡김으로써 ‘애착육아’를 포기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영유아ㆍ유아교육 사업의 추진체계 개선 필요’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지난 3월 어린이집과 유치원 공통 과정인 ‘만 5세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만 0∼2세 영아 보육료를 소득계층에 관계없이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예산 규모는 2008년 이후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 5년 만인 2002년에는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사업계획 적절성ㆍ타당성, 추진체계 및 교사 근무환경 적정성, 사업 효과성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보육료 지원제를 시행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먼저 정책 대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정책 설계 탓에 가정양육이 바람직한 만 0∼2세 영아들을 장시간 보육시설에 맡기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보육료 권리’를 챙기려고 상당수 여성이 가정양육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영아 보육료 전면 지원을 결정하기 3년 전인 2009년 기준으로 시설 이용률이 이미 50.5%에 달했다. 보육료 지원 대상을 3월부터 모든 계층으로 확대해 시설 이용률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ECD는 만 2세 미만 영아는 가정보육이 바람직하며 시설이용률은 30% 미만이 적정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만 2세 이하 영아 시설 이용률이 50%를 넘는 곳은 덴마크(83%), 스웨덴(66%) 두 곳뿐이다.
두 나라는 영아의 어머니 취업률이 각각 72%, 76.5%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9.9%에 불과해 부모의 책임성 논란이 예상된다.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상당수 가정이 영아를 장시간 보육시설에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영아를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보육료 지원제를 도입한 것도 문제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교사 대 영아의 평균 비율이 0세 1:3, 1세 1:5, 2세 1:7 등이어서 시설과 교사를 확충하지 않으면 추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부실보육이 불가피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일시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활성화 등 가정 내 양육 지원 확대를 선행하지 않은 채 어린이집 등 시설 이용에만 보육료를 지원함으로써 일부 부모의 양육 방식 선택을 왜곡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2세 이하 영아는 어린이집 이용 여부나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아동수당제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부모의 자녀양육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아가 모유를 먹고 엄마와 늘 붙어 지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아이돌보미 서비스 등 정책을 확대하거나 보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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