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은행빚 대거 만기도래…부채폭탄 뇌관되나

가계 은행빚 대거 만기도래…부채폭탄 뇌관되나

입력 2012-07-05 00:00
업데이트 2012-07-05 05: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나날이 악화하는 가운데 100조원 규모의 은행권 가계 빚이 연내 만기도래한다.

빚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불안한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근근이 이자만 갚아온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폭탄이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은 가계부채가 당장 터질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100조 만기도래… 가계 빚 ‘시한폭탄’

과거에는 가계 빚의 빠른 증가세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질적 취약성이 ‘태풍의 핵’이다.

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대출 증가세는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대내외 경제악화와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은 나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5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08조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8년 5월 5.1%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곳곳에 뇌관이 너무 많다.

가계부의 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3분기 38까지 치솟으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말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해 100조원 규모의 가계 빚이 만기도래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79조5천억원이다. 신용대출 만기도래액 추정치 18조5천억원을 합하면 올해 만기도래액은 약 98조원에 달한다.

물론 이 대출금을 올해 안에 모두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시상환대출의 경우 만기연장률이 87.4%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만기도래액 가운데 실제로 연내 갚아야 할 금액은 7조5천억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인 만큼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계속 돌아가는 셈이다.

◇가계빚 늘려 집은 경매로…借主는 신용불량자로

이미 ‘눈덩이’ 빚 때문에 쓰러지는 가계도 속출하고 있다.

지지옥션의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건수는 1만3천210건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빚을 갚지 못해 집이 넘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천541건에서 2009년 1만372건으로 두 배가량 뛰어오른 뒤 2010년에는 1만180건, 2011년에는 1만2천465건을 기록했다.

그나마도 감정가의 70%가량의 헐값에 팔리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소재 아파트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 비율)은 77.6%로, 카드사태 직후인 2004년 79.8% 이후 처음으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7월 인천(72.8%)과 경기(73.6%) 등 수도권의 아파트 매각가율도 70%대에 머물렀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은행권에서 내놓은 매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 아파트 원소유주는 다중채무자가 많아 은행이 채권 회수를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은 구제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캠코가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저금리 대출 전환) 신청자는 3만983명, 신청금액은 3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9%, 68.5%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 접수건수는 1만8천838건으로, 전분기 대비 1.5% 증가했다.

KB금융경제연구소 김진성 연구원은 “은행 빚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늘면 카드사태처럼 확산할 수 있다”며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쪽에서 한계차주가 느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고 건전성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져 집값이 폭락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