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大 유통사, 납품사에 백지계약서 강요

6大 유통사, 납품사에 백지계약서 강요

입력 2012-07-18 00:00
수정 201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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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수료·판촉비 등 떠넘겨 과징금 최소 수백억원 이를듯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판매 수수료율 등 핵심 계약조건을 빈칸으로 남기도록 강요한 채 계약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백지’ 계약서를 받아 필요할 때마다 임의로 계약 조건을 채워 넣으며 판매 수수료와 판촉비용 등을 떠넘긴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3대 백화점과 3대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판매수수료 수준과 판촉행사 횟수, 파견 판촉사원 숫자 등 핵심적인 조건을 기재하지 않은 불완전 계약서 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수시로 변경되는 계약조건을 맞추기 위해 납품업체로부터 미리 3~4부의 ‘백지’ 계약서를 받은 뒤 상황에 따라 계약 조건을 임의로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판촉사원 5명이 필요하면 납품업체에 파견을 요구하고, 그제야 “납품업체의 부담으로 ( )명의 판촉사원을 파견한다.”는 내용의 계약서 괄호 안에 ‘5’라고 써 넣는 식이다.

이 같은 행태는 올해 1월 발효된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것이다. 현행 법령과 시행령은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즉시 계약서를 배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판매수수료 ▲반품조건 ▲상품 대금 지급 방법 ▲판매 장려금 지급 횟수와 금액 ▲판촉사원 수 및 인건비 분담 여부 ▲판촉행사 품목 및 예상비용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해외 유명브랜드와 계약 때는 핵심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계약서를 사용하는 등 이중 행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오는 20일쯤 대형 유통업체 간부들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하고, 서면계약 준수를 요구할 예정이다. 더불어 ‘백지’ 계약서 실태를 사례별로 분석한 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제재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불공정 거래를 할 경우 납품대금 전액을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에 과징금 규모가 최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3대 백화점 및 3대 대형마트와 거래 중인 중소 납품업체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3820개(중복 포함)에 이른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2-0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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