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side] 30일 예고 금융권 총파업 왜 동력 잃었나

[Weekend inside] 30일 예고 금융권 총파업 왜 동력 잃었나

입력 2012-07-28 00:00
업데이트 2012-07-2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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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빅4 명분 약해 뿔뿔이… 빈수레 총파업?

오는 30일로 예고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이 주요 은행들의 불참으로 사실상 빈 수레가 됐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파업의 가장 큰 명분이 사라진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고무줄 가산금리로 이자놀음을 한 은행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것도 영향을 줬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35개 금융기관의 노조위원장을 소집, 긴급 지부장 회의를 열었다. 각 지부의 총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파업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적지 않은 지부장이 총파업에 회의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소속 지부 가운데 조합원 수가 1만 5900명으로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파업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모기업인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점포 및 인력 중복이 많아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반발이 컸는데 인수가 백지화된 상태에서 노조원들을 파업으로 끌어들일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도 “파업 참여를 강제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놓았다.

우리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되면서 노조가 원하는 국민주 매각 등을 포함해 민영화 방식을 재논의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가장 큰 쟁점이었던 메가 뱅크(국민은행+우리은행) 탄생이 일단 저지된 만큼 파업에 참가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총파업에 돌입할지 여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 현안에서 비켜서 있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노조 간부 등 최소 인원만 파업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불참이다. 두 은행은 메가뱅크 저지나 관치금융 반대 등 금융노조가 ‘12년 만의 총파업’을 결의하며 내세운 요구사항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전면 파업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은행 노조의 조합원 수는 4만 700명이다. 금융노조 전체 조합원 10만명의 40%에 이른다. 이들이 빠지면 5만명 동원을 목표로 하는 금융노조 총파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1만 5000명으로 구성된 농협 노조만 유일하게 파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농협 노조는 농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맺은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장기 파업에 대비해 조합원 월급의 25%를 파업투쟁기금으로 모으는 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협만 앞장서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대출금리 조작 의혹으로 은행권에 대한 시선이 안 좋고 귀족노조 파업이라는 딱지도 붙었는데, 다른 은행들이 다 빠지고 농협만 파업에 나서면 뭇매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낙조 금융노조 대변인은 “현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지부별로 파업 참여에 대한 온도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35개 지부가 파업에 동참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용자 측과 물밑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어서 막판 타결로 파업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2-07-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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