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일 늦춰달라” 세금감면에 ‘혼란’

”잔금일 늦춰달라” 세금감면에 ‘혼란’

입력 2012-09-11 00:00
수정 2012-09-11 14: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잔금납부일 연기 요청 봇물…미분양 문의 소폭 증가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을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시행시기가 불투명해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과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일정 조정에 나서는 등 시장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대책에도 악성 미분양의 주범인 중대형 아파트에는 여전히 수요가 붙지 않는 데다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적어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취득세 50% 감면 방안이 발표되자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입주 예정인 아파트 계약자들은 어떻게 해야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 25일과 28일 각각 입주를 시작할 예정인 부천 소사역 푸르지오와 부산 다대 푸르지오의 일부 계약자들은 정부 대책이 나오자마자 시공사인 대우건설로 전화를 걸어 서류상 잔금 납부 날짜를 취득세 감면 시행시기 이후로 기재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취득세를 납부할 때 제출하는 분양대금완납확인서에 실제로 잔금 납부일보다 늦은 날짜로 기재해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이다.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확인서 상의 날짜만 늦춰서 적는 것은 사문서 위조를 도와주는 엄연한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변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효성백년가약’에서도 아직 잔금을 내지 않은 계약자들이 납부일을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효성건설 관계자는 “잔금을 안 낸 계약자들이 취득세 혜택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를 수용해 납부일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미 완납한 계약자들도 소급 적용해달라고 요구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시공한 광교상록자이의 입주자모임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먼저 입주를 한 뒤 취득세 감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시점에 잔금을 납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이번 대책을 9~10월 입주 예정인 주택사업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잔금 납부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은 없지만 곧 후폭풍이 닥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에서 소급 적용을 해줘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말 입주 예정인 아파트 계약자들도 취득세 감면 시한인 올해 12월 안에 잔금을 다 치러 세금을 줄일 수 있을지 신경을 쓰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12월 입주 예정인 광교 이편한세상 계약자들이 ‘입주 날짜가 정확히 언제냐’는 전화를 걸어온다. 12월 안에 잔금을 내고 입주하면 취득세를 절반만 내면 되니까 관심이 높다”라고 전했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양도세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알아보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평택 효성백년가약 사업장에는 평소 하루에 10통 가량 걸려오던 미분양 문의 전화가 전날 하루에만 50통 이상 쇄도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대부분 실수요자의 문의지만 양도세 감면에 관심을 보인 투자자도 30% 가까이 됐다는 전언이다.

이 아파트 외에도 수도권 일대 미분양 단지에서 매입을 저울질하던 실수요자들의 문의전화가 다소 느는 추세다.

부동산114 조사결과 취득세율이 기존 2%에서 1%로 낮아지는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국 682만6천163가구로 이 중 절반 이상인 355만7천666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안산 등 수도권의 중소형 평형대 미분양에는 문의가 조금 증가했다”고 말했다.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모두 4만2천539가구에 이르러 해당 아파트에 대한 정책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세금 감면 정책의 실제 적용 시기가 불투명해 오히려 미분양 아파트 등을 구입하려던 실수요자들이 도로 지갑을 닫는 부작용도 벌어지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어제까지 조금씩 미분양 물량이 팔려나가던 사업현장에서는 오늘부터 연락이 끊겼다”며 “아직 정책이 시행된 게 아니니까 그때까지 계약을 늦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업체도 미분양 계약 문의가 줄고 취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자 비상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이번 대책은 적용 기간이 짧고 전반적인 주택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상황이어서 기대만큼 큰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문의가 늘기는 했지만 수요층 심리가 너무 위축된 데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없어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누리려면 앞으로 양도차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 현장에서도 정부 대책에 솔깃해 당장 집을 알아보려는 수요자들이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T공인 관계자는 “취득세를 감면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은 없다”며 “정부 대책이 찔끔찔끔 나오고 국회 통과도 걸려 있어 사람들이 잘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 B공인 관계자도 “취득세 감면은 만족스러운 정책이지만 시장이 워낙 꽁꽁 얼어붙어 있으니 약발이 잘 안먹힌다”며 “여러가지 대책을 모아 좀 더 일찍 한꺼번에 내놨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