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율 18%…2년만에 3배로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의결권을 행사한 자산운용사 50곳 중 절반이 단 한 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등 주주권 행사에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20일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을 제외한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 일반 기관투자자 78곳이 의견을 표시한 주총 안건은 1만4천697건으로 이 중 반대 의견은 70건(0.48%)에 그쳤다.
찬성한 안건은 1만4천130건(96.15%)에 달했고 기권 291건(1.98%), 중립 206건(1.40%)이었다.
일반 기관투자자들의 주총 안건 반대 비율은 2009년 0.73%, 2010년 0.47%, 2011년 0.34%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반대 비율은 2010년 6.9%에서 올해 18.18%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일반 기관투자자들보다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주총에서는 배당 결정을 주총 결의가 아닌 이사회 결의로 하고 이사의 배상 책임을 연봉의 6배로 제한하는 등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정관 변경안이 다수 상정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자금을 책임진 자산운용사 등이 정관 변경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13건(0.59%)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정관변경안 401건 중 293건(73.06%)에 대해 반대했다.
일반 기관투자자 중에서도 특히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반대 의견 행사가 저조했다.
올해 주총에서 가장 많은 의결권을 행사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총 안건 1천589건 중, 단 1건에 반대했다.
삼성자산운용(583건)과 한국투자신탁운용(593건)은 전혀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KB자산운용은 안건 560건 중 2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중립’ 결정으로 의결권을 사실상 포기한 안건도 89건(15.27%)이었다. ‘중립’은 의결정족수에는 포함되지만 출석주주들의 의결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의결권 행사를 뜻한다.
자산운용사 50곳 중 하나UBS자산운용, IBK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 25곳(50%)은 주총 안건 반대율이 ‘제로’였다.
반대 비율은 알리안츠생명보험(6.82%), 동부자산운용(4.21%),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3.66%) 순으로 높았다. 이 중 알리안츠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의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반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안건에 대해서는 동부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반대 의견(11건)을 표했다. 동부자산운용은 공모형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펀드 6개를 운용하고 있어 스팩 주총에서 의견을 활발히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기관투자자들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안(4.04%), 합병 및 분할안(3.85%) 에 대한 반대 비율이 그나마 높았다. 경영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이사선임안(0.70%), 정관변경안(0.59%)의 반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제개혁연구소 강정민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반면 일반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며 “의결권행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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