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도 올해 15% 하락…韓수출 기업 ‘비상’

원ㆍ엔 환율도 올해 15% 하락…韓수출 기업 ‘비상’

입력 2012-12-24 00:00
수정 2012-12-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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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집권 이후 엔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부문의 타격이 불가피한 반면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하는 일부 정보기술(IT) 업체는 수혜를 볼 전망이다.

최근에는 원·엔 환율마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 대한항공, 엔화 약세 타격 가장 커

엔화 약세로 영업이익이 타격을 받는 업종은 항공,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반도체·IT부품 등이다.

이들 업종은 항공을 제외하고는 수출시장 의존도가 높고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다.

23일 삼성증권이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주요 상장기업 25개사를 대상으로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이 엔화 약세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내년 엔·달러 환율이 90엔에서 110엔으로 오르면 대한항공 영업이익이 46.6%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줄어든다”며 “대향한공의 경우 저가 항공사와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화 약세가 나타난 지난 10월부터 한국-일본 여객 수송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도 엔·달러 환율이 110원까지 오른다는 조건에서 내년 영업이익이 7.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은 일본 철강사들이 높아진 가격경쟁력을 발판 삼아 수출 비중을 확대하면 포스코의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아차, 현대차의 영업이익 역시 각각 7.0%, 4.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은 일본 기업과의 수출 경합도가 가장 높아 대표적 ‘엔화 약세 피해업종’으로 꼽힌다.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승이 한국 업체들의 판매량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업종 수출 경합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0.91에 이른다. 수치가 1이면 완전 경합 관계인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삼성전자(-0.4%), LG전자(-3.4%), LG디스플레이(-6.2%) 등 전기·전자 기업의 영업이익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동차 업체보다는 우려가 크지 않다.

국내 기업의 역량이 소니, 파나소닉, 샤프가 대표하는 일본 IT기업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이들 기업은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경쟁력’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 비중이 큰 삼성SDI는 엔화가 약세일수록 수혜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오르면 삼성SDI 영업이익은 38.7% 늘어난다고 삼성증권은 추산했다.

◇ 원·엔 환율 1,200선 하락…韓기업에 ‘악재’

내년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최근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대비 ‘엔저 원고’가 뚜렷한 상황에서 원·엔 환율마저 빠르게 하락하면 우리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유승민 연구원은 “부품과 하청기업들이 받는 영향을 추가하면 엔화 약세가 전체 시장에 주는 충격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약세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277.49원에 거래되며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원·엔 환율의 절상 속도는 원·달러 환율보다 훨씬 가파르다. 올해 1월2일 100엔당 1,501.6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21일 기준으로 15%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90엔까지 상승하면 지금의 원·달러 환율 수준에서도 원·엔 환율 1,200원선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일본 기업과의 가격경쟁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수 있는 수준이다.

국제무역연구원 명진호 수석연구원은 “’엔저 원고’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일본을 상대로 한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그간 가격경쟁력 차이가 없었던 기업 사이에서도 새로운 경쟁구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에 걸쳐 엔고 현상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가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됐고 한·일 양국 기업의 해외 생산이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들은 기술 개발,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을 자구책 삼아 엔고를 견뎌냈다”며 “이렇게 향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 수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진호 수석연구원도 “기업들은 마케팅 강화, 품질 향상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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