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은행지점장 갑자기 자살한 사연은

잘나가던 은행지점장 갑자기 자살한 사연은

입력 2013-01-16 00:00
수정 201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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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때 낮은점수 받으면 연봉 깎이고 ‘후선배치’...”인사철이면 불면증 생길 정도”

지난 14일 국민은행 철원지점장 이모(53)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지점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의정부 지역 본부 ‘업무추진역’으로 대기 발령받자 괴로워하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으로 후선 배치되면 개인별로 각종 여·수신, 신용카드 영업을 통해 일정한 실적을 내야만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다. 연봉이 20~30% 깎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실상 ‘퇴출’로 받아들여져 심적 부담감이 크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2년 실적을 종합해 실적이 저조한 지점장의 10%가량을 후선 배치하는 것이다. 올해 이씨처럼 업무추진역으로 발령 난 지점장은 모두 83명이다.

은행 지점장을 자살로 내몬 은행들의 실적 옥죄기는 국민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뺏고 뺏기는’ 실적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은행별로 각종 지표를 활용해 지점장을 평가한다. 점수가 낮으면 후선 배치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신한은행은 업적평가를 통해 지점장을 1~5등급으로 ‘서열화’한다. 5등급을 받고도 실적을 내지 못하면 각종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준다.

하나은행은 지점장별로 전년 실적과 영업소 상황 등을 고려해 목표를 부여한 뒤 도달하지 못하면 후선 배치한다. 이럴 경우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영업에 뛰어들어 실적을 내야 한다. 혹은 지점장 밑에 ‘책임자급 지점장’이라는 일종의 부지점장 자리로 강등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삼진아웃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상·하반기로 나뉘는 실적 평가에서 하위권 점수를 세번 받으면 후선 배치된다. 대출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실규모가 큰 지점장이 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 대출의 경우 지점에서 임의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수정해 부실여신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듯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면 곧바로 후선 배치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본인이 취급한 부실여신을 회수하거나 연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한 지점장은 “인사평가철이 되면 불면증이 생길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은행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변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점장 입장에서는 실적 스트레스가 엄청나겠지만, 은행 차원에서는 자산 건전성 관리와 시장점유율 유지 등을 위해 지점장 성과 평가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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