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2개 기업으로 분리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진그룹이 지주사 형태 전환에 나선다. 삼성과 현대차 등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나머지 재벌 그룹의 행보도 주목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을 인적 분할해 2개 회사로 나누고 이를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미 대형 증권사와 법무법인 등 자문사를 정하고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는 방법으로 예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라며 “오는 8월까지 지주사 설립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가지는 한국공항 등 계열사 지분을 20%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은 매각하거나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9.9%도 처분하는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가 일정 부분 개선될 뿐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재계에선 대한항공 분할 추진이 새 정부가 강조하는 순환출자 해소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또 최근 ‘자녀 고속 승진 논란’ 등으로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에 맞춰 발 빠르게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나서는 것”이라면서 “삼성과 현대차 등 순환출자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다른 재벌 기업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조양호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바로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진그룹의 순환출자를 없애고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조 회장은 35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진이 지주사를 지배하는 구조의 형태로 바뀌면 600억원 정도에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설립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이 후계 승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장녀인 조현아(39) 부사장과 장남인 조원태(38) 부사장이 대한항공에 같이 근무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 왔다. 그 때문에 후계 구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에는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자연스럽게 분리하면서 후계 구도를 마무리하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세 경영이 본격화된 한진그룹도 후계 구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면서 “경제민주화 요구나 후계 구도 등을 생각했을 때 지주사 전환은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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