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원료 맛가루’ 정부 발표, 소비자 혼란 가중

’사료 원료 맛가루’ 정부 발표, 소비자 혼란 가중

입력 2013-07-15 00:00
업데이트 2013-07-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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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경찰의 ‘사료용 채소’ 발표, 사실과 달라” 해명소비자 “해롭지 않아도 저질원료 쓴 건 문제” 비판

경찰의 ‘사료 원료 맛가루’ 수사 결과 발표 2주 만에 보건당국이 경찰과 상반된 내용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해 소비자 혼란과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경찰이 비위생적이라며 적발한 밥에 뿌려 먹는 가루, 이른바 ‘맛가루’ 제조업체와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저가 원료를 쓰긴 했어도 인체에 해롭지는 않아서 회수 등의 조처를 하지 않는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적발된 업체가 ‘사료용 채소류’를 사용해 비위생적으로 맛가루를 제조했다는 지난 2일의 경찰 발표와는 상반된 것이다.

식약처는 해당 원료가 자투리 다시마, 채소의 겉 이파리 등으로 저가 원료라면서도 ‘사료용’은 아니었고 미생물에 오염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경찰이 적발한 업체들이 기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 사법기관의 결정에 따라 행정 조처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식약처의 한 관계자는 “저가 재료와 불량식품은 다르다”며 “저가 원료를 썼다고 처벌하거나 해당 식품을 회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여러 기관에 이 업체에 관한 내용이 제보돼 경찰이 발표를 서두르다 보니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경찰도 수사 결과에 일부 문제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저가이지만 세척, 살균, 건조해서 해롭지 않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네티즌들은 “걸레를 삶으면 행주로 쓸 수 있다는 얘기”, “사료를 사람한테 먹으라고 할 기세”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식약처를 비판했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 ‘사료용’ 채소류가 쓰였다는 경찰 발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질 좋은 농산물도 작황이 좋아 가격이 폭락하면 사료용으로 쓰이는 것처럼 사료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투리와 겉 이파리가 가격이 싸서 사료용으로 많이 쓰일 뿐이라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료로 만든 맛가루’라는 경찰 발표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됐지만 해당 원료가 사료용으로 분류돼 거래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맛가루의 원료를 사료용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식약처의 설명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기관이 소비자 안전에 관해 불과 2주 만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이런 불신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이러한 ‘칸막이 행정’의 재발을 막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안만호 식약처 부대변인은 “두 기관이 사전에 내용을 조율하지 못해 소비자 혼란을 가져온 면이 있다”며 “경찰청이 불량식품 수사·발표 전에 식약처와 사전에 협의해 수사발표와 동시에 업체공개 및 회수·폐기 조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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