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 드라이브’ 성패…주변 생태계 구축이 관건

’타이젠 드라이브’ 성패…주변 생태계 구축이 관건

입력 2015-01-04 10:26
수정 2015-01-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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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 OS 탑재 제품들 연초부터 잇따라 출시

삼성전자가 카메라,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에까지 타이젠(Tizen)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며 드라이브를 걸고나서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드라이브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본격화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려면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시장도 함께 공략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지렛대 삼아 모바일 OS 시장에서도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 ‘구글·애플을 잡아라’ 타이젠의 탄생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은 단말기 못지않게 모바일 OS의 패권 다툼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승자는 구글과 애플. 이들은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를 내세워 순식간에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했다.

물론 도전 세력도 생겨났다. 특히 단말기 제조회사의 반격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국내 첫 스마트폰 OS인 ‘바다’를, 노키아와 블랙베리도 잇따라 자체 OS를 내놓았지만 달걀로 바위 치기 격이었다. 삼성의 바다는 출시 당시 친숙한 작동법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애플리케이션과 탑재 기기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 결국 실패했다.

안드로이드, iOS의 양대산맥에 각개전투로 맞서던 개별 기업들은 결국 연합전선을 꾸리게 된다. 리눅스 재단이 2011년 9월 새로운 모바일 OS 개발을 위한 ‘타이젠 프로젝트’를 선포한 게 시발점이 됐다.

그동안 ‘멀티 OS’ 전략을 펴던 삼성전자는 물론 인텔이 팔을 걷어붙였고 SK텔레콤, NTT도코모, 보다폰 등 국내외 이동통신업체도 가세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타이젠 연합’이라 불렸다.

소위 ‘동맹’을 맺고 구글과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독자적 모바일 OS를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이 OS 환경은 이들의 이익을 창출하는 생태계가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다. 타이젠은 그렇게 탄생했다.

타이젠은 스마트폰, 태블릿, 카메라, 스마트TV 등 여러 기기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개방형 모바일 OS다. 차세대 웹프로그래밍 언어인 HTML5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발자는 안드로이드나 iOS용 앱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누구나 공개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로 앱을 만들 수 있는 매력도 갖췄다.

◇ 스마트폰도 스마트TV도 ‘타이젠’…”생태계 구축 관건”

삼성은 타이젠 연합의 맏형답게 자사 하드웨어 기기에 서서히 타이젠 OS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이어 기어, 기어2 등 웨어러블 기기도 속속 타이젠 옷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타이젠이 안드로이드보다 3배가량 많은 1천 개의 앱을 보유하는 등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됐던 타이젠폰은 공개 행사를 치르고 나서도 실제 출시는 번번이 미뤄졌다. 각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타이젠폰이 마침내 이달 내에 인도에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가격은 스마트폰으로는 초저가인 10만 원대. 샤오미 등 중국의 저가 제조업체들의 약진이 계속되자 삼성이 타이젠폰을 필두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갤럭시S·갤럭시노트)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펴오다 중저가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강한 추격을 받는 난관에 봉착하게됐다.

첫 출시 국가를 인도를 꼽은 것도 저가폰 점유율을 한 번에 끌어올리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인구 대국이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아직 2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아직 안드로이드나 iOS 등 특정 모바일 OS에 쏠려 있지 않아 타이젠이 진입하기에 가장 수월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은 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5’에서는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TV를 공개한다. 삼성은 타이젠TV를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핵심기기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잇따라 타이젠 스마트 기기들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도 타이젠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OS를 만들고 이를 기기에 탑재해 내놓는 것은 쉽다”면서 “문제는 타이젠 OS 주변의 생태계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넓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IT 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다는 판단을 너무 늦게 했다는 지적에서부터 그저 구글, 애플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서 단말기 제조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바다 실패 사례에서 보듯 삼성은 모바일 OS가 미래 수익사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딱딱한 제조업 문화에 익숙한 삼성이 당장 수익이 안 나오는 데다 유연한 문화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3년만에 처음으로 5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실적 하강국면에 벗어나기위한 삼성전자의 몸부림도 새해부터 가열차게 전개되고 있어 ‘타이젠 드라이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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