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하락하고 경기는 부진…꺼지지 않는 디플레 우려>

<물가는 하락하고 경기는 부진…꺼지지 않는 디플레 우려>

입력 2015-01-08 08:18
수정 2015-01-0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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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상승 모멘텀이 둔화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으로 저물가가 고착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유가가 당장에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강하게 작용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0%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가 하락이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황 징후에 저유가로 물가하락 겹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달인 10월의 0.3%보다도 증가세가 둔화됐으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오히려 0.5% 감소했다.

개선 흐름이 미약한데다 개선의 강도도 약해진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 설비투자는 두자릿수 증가했지만 서비스업(-0.3%), 건설기성(-1.7%), 건설수주(-26.1%) 등은 감소했다.

특히 경기동행지수는 99.8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아 현 경기상황이 불황 국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11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8%로 0%대로 떨어졌다.

이에따라 한국 경제도 일본의 경우처럼 불황형 흑자를 기록하다 디플레이션 등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에 따른 저물가 추세가 저유가 기조와 맞물리면서 실제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은 물론 국내 금융기관들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2.4%를 훨씬 밑도는 전망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0.9%까지 낮췄다.

◇정부 “유가하락,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이에대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은 저유가가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가 하락이 큰 호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가하락은 공급요인 때문이어서 수요 측면에 따른 디플레이션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5개 국책연구원도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보고서는 유가가 연간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에 머무르고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0.1%포인트 오르고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경상수지는 52억5천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유가하락이 선진국 및 신흥국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경제의 수출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성장세가 확대되고 신흥국 역시 생산비 절감, 구매력 상승으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산유국의 경기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 감소가 수출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우리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했지만, 이후 유가급락 등 물가하락 요인이 강하게 발생해 실제로는 1%대 중반에 머물 수 있다”면서도 “좋은 물가와 나쁜 물가가 있는데, 유가 하락은 좋은 물가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 내릴까…시장 기대감 커져

유가하락으로 저물가 추세가 강화되면서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유가가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 저물가의 고착화를 방어하기 위해 한은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채택하고 있는 한은이 1분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2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오는 4월까지 1.50%로 내릴 것이라고 봤다. 최근 국제금융센터도 해외 IB들의 전망을 인용, 올해 초 한은의 금리 인하를 점쳤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신년사에서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해 금리인하 외에 다른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낮은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 등 공급 요인에 기인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물가목표 달성만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정부가 저유가에 따른 경기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당국은 금리인하 카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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