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日 경영권 상실…롯데 후계구도 변화 급물살

신동주, 日 경영권 상실…롯데 후계구도 변화 급물살

입력 2015-01-09 15:17
수정 2015-01-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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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일본·신동빈=한국’ 구도 와해된 듯’신동빈 승계’에 무게 실려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가 급변하는 모양새다.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으로 일본 롯데 경영을 맡았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8일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 모두 신동빈 회장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당초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을 때만 해도 후계구도 변화를 거론하기엔 다소 성급한 측면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직을 유지해 총괄적으로 경영권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경영과 연결됐던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도 ‘박탈’ 당하자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경영권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측은 일련의 이사 해임에 대해 “결정 이유를 밝힐 수 없다”며 신 전 부회장을 위한 ‘해명’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9일 신 전 부회장의 해임 소식을 전하며 “창업자의 장남이 그룹 경영진에서 ‘추방’된 만큼 향후 롯데그룹의 경영 향방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고 경영권 문제를 언급했다.

재계는 이번 롯데홀딩스의 결정을 신 전 부회장에 대한 ‘퇴진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신 총괄회장이 ‘실적주의’를 중시하고 강조한 점과 연계한 것이다.

실제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롯데를,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의 경영을 맡아 왔으나 실적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2013년 기준 한국 롯데가 74개 계열사에 8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는 37개 계열사에 매출도 5조7천억원 가량에 머무는 것이다.

그동안 형제의 경영 상황을 지켜봐 온 신 총괄회장으로서도 이런 실적을 반영해 후계 구도를 새롭게 짰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일본롯데까지 신 회장이 총괄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되고 있으나 일본롯데를 신 회장 관할에 두되 전문경영인을 통한 경영시스템 도입 방안 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경영인설은 최근들어 일본의 보수·우경화 경향이 강해지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 일부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한국과의 관련성 등을 들어 롯데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후계구도 재정립이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호텔롯데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주식의 8.8%, 롯데칠성의 5.9%, 롯데제과의 3.2%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순환출자 정점에 호텔롯데가 있는 것이다.

일본롯데를 고려하면 상황이 좀 더 복잡해진다. 신 부회장이 이끌어 온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의 지분 19.1%를 갖고 있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점에는 광윤사(光潤社)라는 기업이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19.1%, 신동주 회장의 지분은 이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가진 만큼 그의 선택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 총괄회장의 최종 ‘낙점’을 받아야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장악할 수 있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섰던 점과 이번 일련의 인사를 연결해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 모으며 지분율을 3.92%까지 높였다. 그 결과 5.34%를 보유한 신동빈 회장과의 차이를 좁히며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비칠 소지가 있었다.

또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 주식도 신 회장(13.46%)과 신 부회장(13.45%)간 차이가 0.01% 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가 더 확산되기 전에 신 총괄회장이 ‘실타래’를 자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롯데그룹측은 “아직 일본 롯데측으로부터 아무런 내용도 전달받은 것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측에서 구체적인 인사 배경 등을 발표하기 전에는 후계구도 등과 관련한 진의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동안 맡아왔던 일본 롯데에서 손을 떼게 한 만큼 신 전 부회장의 퇴진설이 설득력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상황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퇴진설이 유력해 보이나 한국 롯데의 경우 일본에 비해 덩치가 워낙 큰만큼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들의 특성에 따라 분리해 후계구도를 다시 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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