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초기 거래 부진…10만원 넘기 어려워”
국내 기업들이 정부에서 할당받은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12일 문을 열었다.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뿜어낼 수 있는 권리인 온실가스(탄소)배출권이 주식처럼 거래되는 시장이 개장했다. 12일 부산시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이 열렸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국회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 백규석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김정훈 국회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개장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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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개장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KAU15는 7천86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고가인 8천640원에 마감했다.
종가는 시가의 9.9% 오른 가격으로, 유럽에너지거래소(EEX)의 배출권가격인 6.7유로(한화 8천625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첫 거래일인 이날 거래량은 1천190t, 거래대금은 974만원어치를 각각 기록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문을 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오전 10∼12시까지 열린다.
거래는 정부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이 남는 허용량을 판매하고,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장은 초기엔 일반 개인투자자는 참여할 수 없고 기업들만 거래할 수 있다.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대상 업체 525개사 중 499개사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3개 공적금융기관 등 502개사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매체결은 낮은 매도 가격 우선, 시간상 선 주문 우선의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가격은 상·하한가(±10%) 폭 내에서 움직이며 매일 변동된다.
거래 수수료는 매매가격의 0.1%이다. 사전에 100% 증거금을 내야 하므로 미수금이나 공매도가 없다.
다만, 시행 초기인 데다 기업 대 기업 간 거래만 이뤄지는 만큼 당사자 간 ‘협의매매’도 가능하다. 주문 프로그램 내 게시판에 익명으로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공지할 수 있고 거래를 원하는 업체는 상대방의 연락처를 한국거래소에 문의해 협의매매 신청을 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1차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이며 20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된다. 이번 1차 계획에 따른 거래는 세부지침 사항 미정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1차 제도는 연내에만 감축량을 충족하면 되고 2016년과 2017년으로 이월할 수 있다”며 “거래는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초과 배출 과징금 상한선이 1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배출권 가격이 10만원을 넘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배출권을 이월하거나 차입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시장참여자들이 거래 추이를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탄소배출 7위 국가인 데다 포스트 교토의정서하의 의무감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2차 계획이 시작되는 2018년부터는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 추세가 지속하는 데다 경쟁매매가 이뤄져 가격도 점진적으로 오르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 팀장은 “탄소배출 저감능력이 해당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저감과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여부는 발전회사의 감축기술 개발보다 에너지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는 하반기 전력요금 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유틸리티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이날 개장한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보유한 후성과 반도체 공정 유해 폐가스 처리 시스템을 개발한 에코프로는 3∼6%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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