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환율방어 포기… 세계 금융시장 ‘충격파’

스위스, 환율방어 포기… 세계 금융시장 ‘충격파’

입력 2015-01-17 00:08
업데이트 2015-01-1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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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B, 환율하한 폐기·금리 인하…내주 ECB 양적 완화에 선제 대응

스위스가 전격적으로 환율방어 포기를 선언했다. 환율방어 비용이 지나치게 부담되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주 추가 양적 완화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환율 사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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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환전 행렬
스위스 환전 행렬 스위스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환율 하한선)를 전격 폐지한 15일(현지시간) 제네바의 환전소 앞에 환전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스위스중앙은행이 이날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스위스프랑의 급격한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최저환율제를 폐지하자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제네바 AFP 연합뉴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과대평가의 우려가 줄었다”며 “2011년 9월 도입한 환율 하한선(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위스프랑의 가치 상승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현행 -0.25%에서 -0.75%로 0.5% 포인트 내린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뜻으로, 은행들이 다른 곳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스위스프랑의 강세를 저지하려는 포석이다.

SNB의 결정은 ECB가 오는 22일 국채를 사들이는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사라 헤이윈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양적 완화로 스위스프랑에 대한 절상 압력을 걷잡을 수 없게 돼 SNB가 강제적으로 환율 하한을 없애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자진해서 손을 떼는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위스프랑의 환율 하한선을 유지하면서 늘어난 SNB의 자산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한 점도 이를 부채질했다. 환율 하한선을 유지한 지난 3년여간 외환보유액이 무려 4배 이상 늘어나 4950억 스위스프랑(약 608조 530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SNB의 환율방어 포기 선언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만큼 충격파가 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상당히 놀랐다”며 “(SNB 총재 토머스) 조던이 나한테 귀띔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달러화와 유로화가 폭락하고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급등했다. 이날 스위스프랑화에 대한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는 각각 19%, 17%나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와 S&P, 나스닥지수도 각각 0.61%, 0.92%, 1.48% 떨어졌다. 스위스 주가지수도 14%나 곤두박질쳐 26년 만에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의 코스피도 16일 전날보다 26.01포인트(1.36%) 내린 1880.13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만에 1900 선이 다시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내린 1077.3원을 기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5-01-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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