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봇’도 중국에…토종완구 설 곳은 어디에

‘또봇’도 중국에…토종완구 설 곳은 어디에

입력 2015-04-26 10:21
수정 2015-04-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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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어린이날을 맞아 장난감 선물을 찾는 손길이 늘겠지만 시중에서 ‘메이드인코리아’ 완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완구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1억5천96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1분기 8천240만달러에서 4년 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해외공장에서 제품을 역수입하는데다 외국 업체 제품도 점점 더 많이 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국내 완구 시장 규모는 약 1조2천억원정도로 추산된다”며 “시중에 나온 국산 브랜드 제품도 거의 다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산의 공세가 거세다. 수입 완구 중 중국 제품의 비율은 2013년 1분기 58.2%에서 지난해 64.5%, 올해는 68.3%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 이렇다 할 완구 캐릭터나 브랜드를 갖고 있진 않지만 단순한 봉제완구 등에서는 이미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1분기 인형완구 품목에서 중국산의 점유율은 74.6%에 달한다.

봉제완구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봉제완구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생산을 시작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현재는 국산이 품질과 디자인에서 다소 우위에 있으나 중국 제품도 최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은 이제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막대한 자본력으로 국내 완구업계에도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또봇’으로 유명한 영실업이 최근 홍콩 투자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에 인수된 것이 상징적인 예다. PAG는 1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로 알려졌다.

영실업의 전주인인 또 다른 홍콩 사모펀드 헤드랜드캐피털파트너스(HCP)는 지난 2012년 말 이 회사의 지분 96.5%를 인수한 이후 불과 2년4개월여 만에 재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HCP는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봇이 다음 달 현지 어린이 TV채널과 백화점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PAG의 이번 인수도 HCP처럼 재매각을 통한 시세 차익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09년 출시한 토종 캐릭터 또봇으로 큰 성공을 거둔 국내 완구업계 1위 업체 영실업이 이처럼 외국의 재무적 투자자의 손을 여러 번 거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국내 완구업계가 애니메이션과의 결합 등을 통해 적잖은 히트 상품을 내고 있지만, 아직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더욱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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