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한국 2.8% 늘 때, 일본은 엔저 덕에 3.8% 증가
‘아베노믹스’ 효과 본격화…”가격경쟁력 훼손 우려”
물량기준으로 본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올 1분기 들어 일본에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한국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일본은 경기확장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일본 재무성의 자료를 종합하면 일본의 1분기 수출물량지수(2010년 100 기준)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해 같은 기간 한국의 증가율(2.8%)을 앞섰다.
수출물량지수는 수출금액지수를 해당 기간의 수출물가지수로 나눈 수치로, 국제유가 하락과 같은 수출단가 변화의 효과를 제외한 실물교역량의 변동 추이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한국의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은 2012년 5.6%, 2013년 4.8%, 2014년 4.3%로, 그동안 매년 4%대 이상을 유지해 왔다.
반면에 일본의 수출물량지수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4.8%, 1.5%의 감소세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들어서야 비로소 0.6% 증가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올해 1분기 들어 한국과의 증가율이 역전된 것이다.
올 1분기 한국의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을 월별(작년 동월 대비)로 살펴보면 1월 5.8%였다가 2월은 오히려 2.2% 감소했다.
3월에는 4.3% 증가세를 나타냈다.
일본은 올 1월 작년 동기 대비 무려 11.1% 증가했다. 2월에는 2.1% 감소했다가 3월에는 3.2% 증가세를 기록했다.
양국이 최근 발표한 4월 지표를 보면 한국은 1.1%, 일본은 1.8% 늘어 일본이 다시 한국을 추월했다.
이런 수출물량 증가율 차이는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시행한 이후 ‘엔저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2년 6월만 해도 100엔당 1,500원대였지만, 지난 1일 기준으로 100엔당 890원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3년 만에 엔화에 견준 원화 값이 40%나 오른 것이다.
올 1분기 수출금액지수(달러화 기준) 증감률은 한국이 2.9%, 일본이 6.0% 줄어 일본의 감소율이 더 컸다.
이는 엔화가치 하락의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NH투자증권의 안기태 연구원은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작년까지 일본보다 수출물량 증가율이 앞섰다”며 “한국 기업들의 해외 생산라인 구축으로 환율민감도가 떨어지고 브랜드 및 기술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올 1분기 상황을 놓고 보면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걱정된다”며 “물량 기준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뒤처진 것은 가격경쟁력이 다소 훼손됐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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