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직원들마저 등 돌리는 외환銀 노조의 투쟁

[경제 블로그] 직원들마저 등 돌리는 외환銀 노조의 투쟁

이유미 기자
입력 2015-07-02 00:10
수정 2015-07-0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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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은 한때 금융권의 ‘삼성전자’로 불렸습니다. 외국환 전문은행으로서 글로벌 뱅크의 위상을 누렸기 때문이죠.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이어 예비 금융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금융사로 꼽히던 곳입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인수돼 ‘잃어버린 10년’이란 암흑기를 보내며 이런 명성도 색이 바랬죠. 그래도 ‘외환맨’이란 자부심은 견고했습니다. 단자 회사로 출발한 하나은행에 인수(2012년)당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외환은행 직원들의 자존심도 적잖이 상했을 겁니다. 5년간 독립경영을 요구하는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에 금융권이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노조의 잇단 ‘어깃장’에 외환은행 직원들조차 점점 돌아앉는 분위기입니다. 법원은 올해 1월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작업을 중단해 달라’던 외환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수용했다가 지난달 말 이를 다시 무효화했습니다. 조기 통합 필요성을 주장해 온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준 것이지요. 하나금융은 오는 6일까지 노조와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외환 노조는 또다시 법률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외환 노조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하나금융과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발,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만 해도 40건이나 됩니다. 이 중 29건은 기각됐거나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소송 비용으로 노사 양측이 허공으로 날려 버린 비용만 수십억원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잇단 투쟁으로 직원들 피로감이 상당하다. 이제는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측과 협상을 진행 중인 노조 대화단(4명)의 대표성과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노조 대화단에는 전임 노조위원장 2명과 이미 퇴직한 은행원 1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임 위원장과 노조 집행부가 내년 금융노조와 외환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측과 대치 국면을 지속하려 한다”는 일각의 ‘정치적’ 해석은 일단 제쳐 두겠습니다. 다만 외환맨들조차 서서히 염증을 내고 있는 ‘명분’을 앞세워 ‘투쟁을 위한 투쟁’을 고집하는 게 진정 은행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노조 스스로 냉철히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07-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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