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직접 설득…거의 정부안 수준에서 확정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8일 만인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2008년, 2009년, 2013년 추경 편성 당시 국회 제출에서 통과까지 평균 47일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추경안은 ‘쾌속’ 처리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추경안이 이렇게 빨리 국회 문턱을 넘은 데는 ‘경제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번 추경안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5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추경 처리를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국민적으로 큰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어서 여의도로 돌아갈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박근혜정부의 경제사령탑을 맡은 지 1년이 지나면서 ‘여의도 복귀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추경 등 경제현안 처리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던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후 본격적으로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가뭄, 수출부진 등 이른바 ‘삼중(三重) 악재’로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추경안을 빨리 처리해 달라는 설득 작업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난 6일 경북 구미와 대구 지역 수출기업 현장을 찾아가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다면 추경안이 7월 중 국회를 통과해 8월부터 집행할 수 있다”며 시의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졌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는 세수 부족에 따른 세입경정 예산 편성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재정을 책임진 경제부총리로서 송구스럽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에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 의장,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기정 정책위 의장 등 여야 원내 지도부를 잇따라 면담하고 추경 집행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우직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튿날인 16일 아침 최 부총리는 기재부 직원 전체에게 이메일을 날렸다.
”물이 없어 성장이 멈춘 나락에 뒤늦게 물을 줘 봤자 쭉정이가 알곡이 될 리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비유를 하면서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가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최 부총리는 자신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런 이메일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정치권에 무언의 압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 지난 22일에는 추경안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언급된 24일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여야 원내지도부를 다시금 방문해 추경 편성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만나 정치적 쟁점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는 가운데서도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24일 국회는 정부로부터 추경안을 넘겨받은 지 18일 만에 본회의에서 ‘쾌속’으로 통과시켰다.
전체 추경 규모도 애초 정부안(11조8천억원)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11조5천639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내달 4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추경 공고안 및 배정 계획을 의결하는 대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히 추경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최 부총리가 그간 얘기해 온 것처럼 이번 추경이 올해 3%대 경제성장을 지탱해 줄지 그 효과를 지켜보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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