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공개 ‘옥의 티’로 신격호 건강이상설 확산…롯데 “신격호, 신동주도 못알아봐” 잇단 일본어 대화 노출에 신격호·신동주 비호감 초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서명서부터 음성녹음, 동영상을 특정 방송에만 제공하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방향 ‘언론플레이’가 ‘절반의 실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음성에 이은 영상 공개로 홍보 수위를 높였지만 ‘옥의 티’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유일한 ‘기댈 언덕’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왔기때문이다.
이사회를 거치치 않은 채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창업자인 부친의 서명서를 내세워 자신이 후계자라는 주장을 펼친 점도 전근대적인 족벌 경영행태가 마치 올바른 것인양 두둔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자라는 이미지만 낳았다는 평가다.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지한 것은 고령자인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문제 때문이라는 논란이 일자 2일 신 전 부회장측은 특정방송 2곳에 신 총괄회장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2일 오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의해 촬영됐다. 신 총괄회장이 차남이 아닌 장남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려는 의도였다.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공개된 육성 녹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던 신 총괄회장은 이날은 모든 입장을 한국어로 밝혔다.
고령으로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신 총괄회장은 의자에 앉아 줄곧 시선을 아래에 둔 채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여기서 신 총괄회장은 4년전인 2011년 이미 한국롯데그룹 회장에 선임된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리적 모순을 드러냈다.
신 총괄회장의 얼굴도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메이크업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본롯데홀딩스를 한국롯데홀딩스로 잘못 말하는가 하면, 잠시 멈추거나 더듬더듬 말하는 모습 역시 고령이지만 건강이상설을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영상 공개는 롯데그룹의 반격을 초래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최근 장남인 신동빈 전 부회장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렸다.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임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배석해 있던 신 전 부회장에게 “너는 누구냐. 나가”라고 3차례나 호통을 쳤다는 이야기가 당시 참석했던 롯데그룹 관계자의 말로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어로 “히로유키데스(동주입니다)”라고 크게 대답했지만 신 총괄회장은 결국 신 전 부회장을 알아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94세의 고령자인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증언이나 상황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면서 그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드는 게 아니라 반대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신동빈 전 부회장의 한국어 실력도 방송 인터뷰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귀국 직후 특정방송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일본어로만 입장을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이고 일본에서 학업과 기업 경영을 해온 만큼 한국어 실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은 됐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한일 양국에서 모두 사업을 꾸리고 있고 신 전 부 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에 비해선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국 국적으로 모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몇가지는 한국어로 준비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 기사 댓글을 달고 “한국말을 못하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밝혔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말이 안 된다는 건데 롯데가 갑자기 먼 나라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특정방송에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자간 대화는 오로지 일본어로만 진행돼 눈총을 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자신을 다시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 임명하고 신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신 총괄회장 서명 지시서’도 전근대적 족벌 경영행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사 선임이나 해임 건의 경우에는 상법상 이사회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기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특정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60세나 되는 차남 신동빈 회장을 폭행했다고 폭로한데 대해서도 ‘피도 눈물도 없는 혈육 간 진흙탕싸움’을 그대로 노출시킨 부적절한 행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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