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자료 제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오너가(家) 외에 다른 주주들의 정체와 지분율까지 공정위에 제출하려면 이들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데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변명도 잊지 않고 덧붙였습니다. 공정위가 믿을 구석은 ‘여론’인데 롯데도 연일 고개를 숙이며 여론 설득에 들어갔습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11일 세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공정위의 롯데 압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6월 ‘2015년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 공개를 앞두고 공정위는 ‘기존 순환출자 수를 줄여 달라’고 롯데에 요구했습니다.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 수가 416개로 61개 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 고리 수(459개)의 91%나 됐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지난해 7월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 이후 기존 순환출자까지 줄이고 나선 다른 그룹과 달리 단 한 개의 고리를 끊는 데 그쳤습니다. 롯데 다음으로 순환출자가 많은 기업이 삼성인데 10개뿐입니다. 롯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공정위는 앞서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3% 보유)를 들여다보기 위해 롯데에 협조 요청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알 수 없다”는 롯데 측 답변에 더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롯데 사태’가 터지기 전 지난 6월 사석에서 만난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가 너무 비협조적”이라면서 “공정위가 롯데 지배구조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시름에 빠진 공정위가 내놓을 수 있는 다음 카드는 뭘까요.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5-08-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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