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 법안 또 여야 ‘주고받기’ 식으로 처리되나

경제관련 법안 또 여야 ‘주고받기’ 식으로 처리되나

입력 2015-12-06 10:45
업데이트 2015-12-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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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연계 움직임…서비스법-사회적경제법, 원샷법-상생협력법

정치권이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쟁점 법안들을 연계처리한 데 이어 남은 주요 경제법안들도 ‘주고받기’ 식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면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칠 수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안을 처리할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아 주요 법안의 연계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 與野, 서로 반대하던 법안 연계처리 논의…법안간 연관성은 없어

6일 정치권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에 야당이 요구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상생법)’ 개정안을 맞물려 처리하는 방안이 여야 간 논의되고 있다.

원샷법은 국내 주력사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기업들이 경영자원을 신속하게 재배치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속한 사업재편을 도와주자는 취지다.

철강·조선·석유산업과 같은 과잉공급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등으로 선제적 사업 구조재편을 시행하면 상법·공정거래법·세법 관련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금융·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원샷법이 자칫 재벌총수 일가의 상속 등에 악용되며 대기업에만 유리한 법이 될 수 있다며 반대급부로 상생법 연계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상생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는 법이다.

그간 법적 근거가 없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으로 규정하는 데 반대해온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논리적 연관성이 없는 두 법률을 묶어 처리한다는 발상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더군다나 상생법의 경우 외국계 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통상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3년째 상임위에 머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도 연계처리 대상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2012년 7월 국회에 제출한 서비스법은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투자확대 지원책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강화하는 등 산업 전반의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현재 서비스산업은 고용(70%)과 국내총생산(GDP·6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10%포인트씩 낮은 상황으로, 다양한 업종의 서비스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법 제정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을 개혁하면 2030년까지 6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공공성이 강한 의료·교육분야에서 서비스법으로 인해 시장논리가 강조되면서 민영화가 무리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야당은 서비스법 처리시 사회적경제기본법도 함께 입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성화를 정부가 지원하고, 이런 차원에서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정은 사회적 경제조직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출연금 의존도가 높은 사기금까지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총선 앞두고 연계 불가피하기도…전문가 “법안 자체에 대해 심의해야”

이처럼 입법 취지가 전혀 다른 법안들을 한데 묶어 처리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데는 내년 4월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19대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국회 후 소집될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임시국회에서도 오랜 기간 발이 묶인 경제활성화 및 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20대 국회로 넘어가면서 이들 법안은 사실상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여당이 주요 정책 법안들의 입법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만 한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때 야당도 원하는 법안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만큼 협상의 여지가 생겨나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 협상에 무게가 실리면서 법안 자체의 심사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판이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회가 법안 내용 자체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주고받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법안의 ‘물물거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법률은 각각 개별적인 이유로 심사를 받고 판단이 돼야 하지, 이런 식의 교환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여야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법안을 주고받는 ‘로그롤링(logrolling)’ 행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통나무 굴리기를 뜻하는 로그롤링이란 벌채한 통나무(log)에 두 사람이 함께 올라서 서로 협력하며 발로 굴려(rolling) 목적지까지 운반하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어떤 한 정파가 각자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상대방에게 협조하는 행위를 가리킬 때 쓰인다.

김 교수는 “양자 간의 이익을 위해 로그롤링을 지나치게 하다 보면 해당 법안이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말 국민을 위한 제도를 입법화해야만 국가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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