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감원 칼바람…직급·대상에 예외 없다

대기업 연말 감원 칼바람…직급·대상에 예외 없다

입력 2015-12-16 13:39
업데이트 2015-12-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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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중견간부에 대리·신입 사원까지 ‘우울한 세밑’ 조선·중공업·전자·자동차 등 주력 업종 무차별 확산

실적 악화로 인해 조선과 중공업 부문에서 시작된 대기업 인력감축 칼바람이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으로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연말 인사와 맞물려 매년 되풀이되던 임원급 감원 바람이 올해는 과장과 차장 등 중간직급은 물론 대리 및 신입사원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세밑 분위기를 우울케하고 있다.

취업난을 뚫는데는 성공했지만 새로 마련한 월급 통장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회사를 나가야 하는 ‘극한 상황’마저 발생하면서 대규모 실업난의 우려마저 감돌고 있다.

◇ 조선·중공업에 전자·자동차까지 ‘자른다’

당초 대규모 감원 바람의 시작은 조선과 중공업이었다.

올해 3분기까지 4조3천억원대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이후 본사 임원을 55명에서 42명으로 30% 줄였다.

지난달에는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을 통해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 1천300명 중 300명을 감축했다.

건설기계 시장 축소 등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국내 사무직 3천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4번째로 시행하는 이번 희망퇴직은 연령 제한이 없어 작년에 입사한 공채 신입사원과 23세 여직원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월과 9월, 11월에 각각 퇴직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총 3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인원은 830여명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전자와 자동차, 철강업종도 감원 바람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20%가 넘게 옷을 벗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은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최근 1년 간 사별로 적게는 700여명에서 많게는 1천명 이상이 회사를 관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은 내년 1월 4일부터 13일까지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희망퇴직 임직원에게는 최대 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2년치 학자금, 1천만원 상당의 신차 구매 할인 바우처 등이 제공된다.

한국GM은 지난해에도 사무직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동국제강은 이달 초 명예퇴직을 통해 20여명 정도의 인력 정리 작업을 했다.

◇ “취업문 뚫은지 얼마 안됐는데”…20·30대도 대상

대기업의 희망퇴직이 올해 유독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에는 비교적 고임금의 임원이나 부장급 등을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는 직급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신입사원이나 20대 내지 30대 초반 직원들까지 볼륨 줄이기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두산인프라코어로 작년에 입사한 공채 신입사원과 23세 여직원까지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파문이 확산되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부랴부랴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두산인프라코어에 지시했다.

박 회장은 “건설기계업이 예상치 못한 불황이 빠져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절박한 위기감은 이해하지만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하지는 않도록 했다. 계열사에서 곧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병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직급을 가리지 않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에서는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한 인력 재배치와 재교육 과정에서 과장급 이하 젊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고비용의 고참 부장급 등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실시됐지만 최근에는 30대 전후의 대리, 과장급으로까지 퇴직을 권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회사의 뼈대를 이룰 이들마저 내보낼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여겨지지만 이를 지켜보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 역시 떨어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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