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in 비즈] 거리로 나선 조선 노조… 김우중 리더십이 안 보인다

[비즈 in 비즈] 거리로 나선 조선 노조… 김우중 리더십이 안 보인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7-20 22:44
업데이트 2016-07-21 00: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울산, 거제, 통영의 조선소 근로자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왔습니다. 사측과 대화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후 수단인 파업을 선택한 것입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규직 노조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자기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현장을 볼모로 삼는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옵니다. 배부른 노조가 당장 내일을 기약 못하는 하청업체의 눈물을 외면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습니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투표는 파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정당한 명분이 없다면 여론도 등을 돌릴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그러나 조선 노조를 향해 무작정 돌을 던질 수는 없습니다. 임금을 올려 달라고 떼를 쓰는 곳(현대중공업 노조)도 있지만 대부분 노조는 생존권 사수를 외칩니다. 급여를 깎아도 좋으니 고용 보장만 약속해 달라는 것입니다. 평생을 조선소에서 몸 바쳐 일한 가장들은 회사를 떠나는 순간 사회 부적응자가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퇴로’를 열어 주지 않은 채 무조건 압박만 가한다면 노사 갈등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달을 것입니다. 수십 년간 쌓아 온 조선업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1989년 전 세계 조선업 침체로 정부가 조선산업 합리화 조치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조선 노조는 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합리화 대상 기업으로 지목된 대우조선(현 대우조선해양)에서는 한 근로자가 분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아예 집무실을 거제 옥포조선소에 마련하고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그룹 회장이 대우조선 대표이사(1989년 2~12월)를 맡으며 직접 노조 설득에 나선 것입니다. 그 결과 그해 6월 27일 조업 중단 30일 만에 노사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며 ‘희망 90s 운동’ 슬로건도 내걸었습니다. 이후 대우조선은 1991년 790억원의 순이익(첫 흑자)을 내며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현 조선사 최고경영자(CEO)들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임금반납 등 상징적인 고통 분담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자구안을 핑계로 정부와 채권단의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노조를 설득할 때만이 근로자들도 ‘거리’가 아닌 ‘현장’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조선소 직원들이 다 함께 ‘희망 2016 운동’을 펼친다면 조선업에도 희망이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7-21 21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