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키우면서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장사 안돼”
“작년 연말이랑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은커녕 3분의 1이나 될까…”지난 연말 찾은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연말 백화점 매출이 전년보다 줄고 소비자심리와 체감경기가 금융위기 후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가운데, 전통시장은 ‘소비절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말과 새해를 맞아 북적여야 할 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장시장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나마 눈에 띄었다.
광장시장의 명물인 김밥과 빈대떡 등 분식을 파는 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들었지만, 그 외 상점들은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복과 의류 등을 파는 가게 앞에는 옷감만 쌓여있을 뿐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상인들은 모두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호소했다.
생선을 파는 최 모(77·여) 씨는 “지금 시국이 어수선해서 사람들이 돈을 안 쓰고 지갑을 딱 닫아버렸다고 한다”며 “오늘은 겨우 개시는 해서 갈치 한 마리 팔았지만, 어제는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개시도 못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내가 여기서 40년 넘게 장사했는데 예전에는 신정을 앞두고도 시장에 사람이 많았다”며 “예전 같으면 이 기간에 여기에 서 있을 수도 없이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최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님 서너 명이 좌판 앞에 멈춰 서서 생선 가격을 묻고 갔지만 아무도 실제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그중 한 명은 조기 가격을 묻고 “조금 더 돌아보고 집에 가기 직전에 사 갈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최 씨는 “말만 그렇게 하는 거고 다시 안 올 거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난 이제 나이도 많고 아이들도 다 크고 손주까지 봐서 괜찮지만 여기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 중에 애들 키우는 사람들은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먹고 살기 힘들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최 씨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콩 등 곡물을 파는 70대 여성 상인도 “시국이 이래서 사람들이 시장에 오지 않는다”며 “장사한 지 40년 정도 됐는데 요즘이 가장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상인은 “대기업도 잘 안 된다고 하던데, 대기업이 잘 돼야 돈이 돌고 돌아 우리도 다 잘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경기가 안 좋으면 젊은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대문 시장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은 손님을 응대하는 대신 먼 곳을 보며 홀로 앉아있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양말 등을 파는 한 남자 상인은 동료에게 “개시도 못 했는데 밥이나 먹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관광객들뿐이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꾸준히 오긴 하지만, 중국인들은 줄어든 것 같다”며 “사드 때문이라는데 중국 정부가 막으면 별수 있겠나”고 말했다.
새해가 돼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상인은 없었다.
남대문 시장의 한 상인은 “계란값도 지금 한 판에 만 원을 넘는다는데, 그렇게 물가도 오르게 되면 사람들 지갑은 더 안 열릴 것”이라며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상인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대목인 구정 연휴때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