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리아서 첨단도시로… 나는 여섯 살 ‘세종’입니다

세베리아서 첨단도시로… 나는 여섯 살 ‘세종’입니다

장진복 기자
장진복 기자
입력 2018-02-02 17:14
업데이트 2018-02-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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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출범한 세종시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서 출발한 세종시는 어느새 인구 28만명을 넘어섰으며,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부동산 관련 통계에서 땅값·집값 상승률 1위를 휩쓸고 있는 데 이어 2일에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전이 확정됐다. 어느새 건립 6년차를 맞은 세종시 변천사를 세종시의 입장에서 되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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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세종시입니다. 2012년 7월 충남도에서 분리되면서 태어난 저는 이제 6살도 채 안 된 신도시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몇십년 전부터 저를 두고 여기저기서 다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판결, 세종시 수정안 등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또 다른 이름은 행정중심복합도시입니다. 줄여서 행복도시라고도 부릅니다.

어렸을 때 제 별명은 ‘세베리아’였습니다. ‘세종+시베리아’라는 뜻인데요.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2012년 12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 1단계 이전 부처들이 이곳으로 내려왔습니다. 그해 겨울, 세종에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세종 한가운데에 정부세종청사만 덩그러니 있었고, 주변은 모두 공사장이었습니다. 어찌나 스산하던지요.

‘세베리아’ 시절에는 밥 한 끼 먹기도 참 어려웠습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공무원들이 청사 구내식당으로 몰리다 보니 복도 끝까지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구내식당 반찬이 너무 빨리 떨어져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냉동만두, 냉동돈까스 같은 즉석식품이 나오기도 했죠. 구내식당을 못 가서 청사 옆 아파트 공사장에 있는 ‘함바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공무원들도 많았습니다. 제대로 된 밥을 먹으려면 차를 타고 조치원이나 공주까지 나가야 하는데, 왕복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점심 한 끼 먹는 데도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세베리아’도 이젠 옛말입니다. 이제는 서울 못지않은 식당가가 들어섰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 내 생활밀착형 업소는 7993곳으로 2016년 말(5692곳)에 비해 약 40% 증가했습니다. 음식점이 117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동산 697곳, 커피숍 207곳, 이·미용 195곳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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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세종시로 이사를 오면서 저의 ‘몸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세종시의 인구가 28만 4225명이라고 합니다. 세종시가 처음 생긴 2012년 말(11만 5388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 늘어난 것입니다. 지난 6년 동안 전국에서 세종시로 17만 7195명이 새롭게 이주한 것이지요. 통계청의 ‘2017년 국내인구이동 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 순유입 인구(3만 5000명) 중 대부분은 가까운 대전(40.3%)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경기(11.9%), 충남(11.2%) 지역에서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전입 이유를 살펴보니 흥미롭습니다. 지난해 세종 전입 사유를 조사해 봤더니 주택(16.4%)이 직업(8.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전 해인 2016년만 하더라도 세종 전입 사유로 직업(11.1%)이 주택(10.3%)보다 더 많았는데 말이죠. 예전에는 공무원들이 주로 많이 왔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이렇게 제가 쑥쑥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정부세종청사가 있습니다. 지금 40개 기관의 공무원 1만 4699명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서울과 과천에 있는 행안부와 과기정통부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제 덩치는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 입주와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젊은 편입니다. 세종시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총 28만 4225명입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을 조사해 보니 36.7세였습니다.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나타난 전국 평균 연령이 41.5세이니까, 확실히 비교가 될 겁니다.

참, 요즘 뉴스를 보면 제가 1등을 했다는 소식이 많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땅값 상승률은 3.88%였는데, 세종시(7.02%)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2016년엔 제주가 상승률 1위(8.33%)였지만 순위가 바뀐 것입니다. 집값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의 평균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11.17%로 전국에서 1위였으며, 국토부가 조사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역시 5.77%로 전국 평균(5.5%)을 웃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제주도와 비교가 참 많이 됩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시·도별 주민 500명씩 상대로 생활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세종시 주민의 67.6%가 ‘만족한다’고 답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어 하는 제주도(64.8%)를 2위로 밀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소식이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종시가 서울 강남 못지않은 ‘투기중심도시’로 변했다고 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정부는 세종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였다고 판단해 청약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또 주변 충청권 인구를 세종시가 자꾸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세종시의 출산율은 전국 1위를 자랑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세종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수)은 1.82명으로 전국 평균(1.17명)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처음 이주가 이뤄진 2012년에는 1.6명이었는데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이 유일하게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앞으로 제가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세종 5-1 생활권(274만㎡)이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미래 이곳에는 운전기사가 없는 자율주행 버스가 다니고, 재난대응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것입니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미래도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개헌 논의와 맞물려 저의 염원이었던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가 14년 만에 현실화될지 여부도 기대됩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개헌안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저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를 관리하는 ‘보호자’ 격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를 단순히 하나의 신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혁신과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써 가는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02-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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