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만 열리는 지갑…가계 필수지출 비중 18년만에 최고

필요할 때만 열리는 지갑…가계 필수지출 비중 18년만에 최고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18 09:59
업데이트 2018-04-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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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물가 뛴 탓도…“소비 부진 이어질 듯”

가계가 꼭 필요한 품목 위주로만 소비하며 필수지출 비중이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필수지출 품목 중 하나인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은행의 가계 목적별 최종소비지출(명목)을 보면 지난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임료 및 수도 광열, 가계시설 및 운영, 의료 보건 등 필수지출 품목으로 구분할 수 있는 4개 품목 지출은 317조2천301억원이었다.

작년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772조6천778억원)과 견주면 필수지출 비중이 41.1%에 달한 셈이다.

필수지출 비중은 2016년(40.4%)보다 0.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999년 4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의 목적별 최종소비지출은 12개 항목으로 나뉘는데, 그중 필수지출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식생활 관련 지출), 임료 및 수도 광열(전·월세·수도·관리비 등), 가계시설 및 운영(가구·가전 등), 의료 보건(병원비 등) 등 보통 4개 항목이 꼽힌다.

다른 항목은 주류 및 담배, 의류 및 신발, 교통, 통신, 오락문화, 교육, 음식·숙박 등 소득 수준과 같은 상황에 따라 쉽게 줄일 수 있다.

1990년만 해도 44.9%에 달하던 필수지출 비중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가계의 소비가 다양화하며 점차 떨어졌다.

2000년 40.8% 이후 2001∼2015년엔 내내 30%대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2016년(40.4%) 40%대로 다시 올라서더니 지난해 또 상승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다른 품목보다 높았다”며 “경기, 소비심리가 좋지 않다 보니 꼭 필요한 부문을 제외하고 가계가 소비하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9%였으나 식료품·비주류 음료 상승률은 3.4%에 달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빼고 봐도 필수지출 비중은 늘었다.

물가 상승률을 배제하기 위해 실질 기준으로 본 4개 품목의 지출은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중 39.7%를 차지했다.

이는 2001년(40.6%) 이후 최고다.

꼭 필요한 것 외엔 소비를 잘 하지 않으려는 가계의 소비 성향이 필수지출 비중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획기적으로 증가해야 소비가 활성화하는데,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여서다.

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취업자들이 많이 늘어나지 못해 가계의 전반적인 소득이 늘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하겠지만 소비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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