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들어 강남권 아파트 매수문의 주춤, 호가 강세는 지속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잇단 파상공세에 주말 강남 주택시장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3.3㎡당 1억 원 돌파한 서울 반포 아파트 일대
30일 오전 서울 동작대교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와 아크로 리버 파크 일대의 모습. 재건축을 완료한 아크로 리버가 최근 매매가 기준으로 3.3㎡당 1억 원을 돌파했고, 재건축이 진행 중인 인근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도 3.3㎡당 1억 원을 넘어섰다. 이날 정부는 서울의 ‘집값 잡기’ 파상 공세에 들어가 종부세를 올리고, 재개발에 대한 대폭 손질을 검토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8.8.30 연합뉴스
그러나 매도 호가는 여전히 고공행진하며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격 움직임을 지켜보며 사겠다는 대기 수요들도 여전하다.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며 연일 경고장을 날리는 정부와 “어떤 규제에도 백약이 무효”라며 달음박질하는 시장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 종부세 눈치보는 강남, 매수문의 줄어
금융당국이 전세·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고 국세청 세무조사 확대, 종부세 인상 방침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은 지난 주말부터 매수문의가 다소 주춤해졌다.
추가 종부세 인상 대상은 지난달 세법개정안에서 세율을 중과하기로 한 다주택자와 초고가주택 소유자가 거론되지만 중과 대상이 당초 안보다 늘어나거나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커지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빗발치던 매수문의가 주말 들어 다소 줄었다”며 “시장이 꺾였다고 볼 순 없지만 정부가 매일 시장에 구두개입을 하고 있으니 매수자들도 일단 지켜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포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매수자들이 집값의 80%를 빌려주는 임대사업자 대출을 많이 이용했는데 이 대출이 어렵게 되면 거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며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매수문의가 다소 줄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차익 실현을 하려는 매물들은 꾸준히 나오는데 지난주나 이번 주초만큼 매수자들이 적극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종부세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지만 인상 수준을 예측할 수 없으니 일부는 일단 관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매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잠실 주공5단지 공급면적 112㎡는 최근 19억원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현재 18억9천만∼19억3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역대 최고가다. 119㎡도 현재 호가가 20억6천만원으로 지난 2월 하순 20억1천만원을 경신해 신고가를 달리고 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이 너무 오르다보니 매수자들도 추격 매수에 부담스러운 시점이 됐다”며 “며칠 상황을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집값 상승세에 탄력을 받고 있는 분당도 주말 들어서는 매수세가 다소 줄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성남시가 내년에 발표할 ‘2030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설문조사를 시작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매물이 자취를 감췄는데 주말 들어 매수문의가 주춤해졌다”며 “정부 서슬에 잠시 조정을 받다가 다시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신규 투기지역 “보유세 인상 무관”…강세 지속
지난달 28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상승 분위기가 여전했다. 강남권에 비해 집값이 높이 않아 종부세나 세무조사 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동작구 흑석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서울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봤자 대출 규제가 가구당 1건으로 강화되는 것 외에 달라질 게 없다”며 “투자자는 별로 개의치 않고 매물은 여전히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 지역인 흑석3구역은 전용 59㎡ 아파트에 입주 가능한 입주권의 경우 최근까지 프리미엄만 4억원에 달했는데 현재 4억7천만∼4억8천만원에도 매물이 없다.
흑석뉴타운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은 규제가 많고 가격이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싼 재개발로 투자수요가 대거 몰려들고 있다”며 “재개발 시장이 전국구 투기장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동대문구 역시 매수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답십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청량리 일대 재개발과 교통여건 개선 등 호재가 있다 보니 투기지역 지정만으로는 집값 잡기에 역부족”이라며 “아직 종부세 걱정도 없는 곳이어서 사겠다는 문의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문동 e편한세상 전용 84㎡는 지난달 4억8천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는데 현재 호가가 6억8천만원까지 올랐다.
이문동의 중개업소 사장도 “최근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 지역 아파트값이 저평가됐다고 보고 투자수요가 많이 몰리는데 매물이 없어 못 판다”며 “다주택자가 아닌 이상 보유세 걱정도 안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광명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가 강해지면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광명시 철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여전히 비싼 값에 내놓지만 집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매수자들도 추격 매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불가능해졌고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는 자금조달계획서도 내야 한다”며 “대출규제까지 감안하면 과도하게 오르던 분위기는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지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 등의 강도를 봐야겠지만 시중에 풀려 있는 막대한 유동자금이 회수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활화산 내지 휴화산일 수밖에 없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