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사망사고 나도 적자 늘어도 A·B등급… 공기업 평가 ‘갸우뚱’

[경제 블로그] 사망사고 나도 적자 늘어도 A·B등급… 공기업 평가 ‘갸우뚱’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20-06-21 20:44
업데이트 2020-06-2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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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 중순은 우리나라 공공기관 간 희비가 엇갈리는 기간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전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 때문인데요. 높은 등급을 받은 기관은 기관장이 목에 힘을 줄 수 있고, 직원들도 두둑한 성과급을 받습니다. 반면 낙제 등급을 받은 기관은 성과급이 줄거나 심지어 못 받을 수도 있고, 기관장이 해임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지난 19일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사망 사고를 냈거나 경영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높은 등급을 받은 기관이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지난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공공기관은 총 11곳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도로공사와 토지주택공사(LH)·철도시설공단 등 3곳은 ‘우수’(A등급), 수자원공사와 한국전력·농어촌공사·환경공단 등 4곳은 ‘양호’(B등급)를 받았습니다. ‘탁월’(S등급)이 한 곳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A등급은 가장 좋은 점수이며 B등급도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발주한 건설 공사에서만 5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2018년 ‘미흡’(C등급)에서 두 계단이나 상승했습니다. 기재부가 “최근 몇 년간 공공기관 안전사고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컸던 만큼 안전평가를 특히 중시했고 중대재해 발생 기관은 엄격하게 평가했다”고 밝힌 터라 더욱 의아한 대목입니다.

경영평가인 만큼 당연히 경영실적이 점수를 매기는 중요 요소인데요. 한전은 지난해 영업적자 1조 2765억원을 기록해 전년(208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지만 같은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영업이익이 2018년 1조 1456억원에서 지난해 7831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는 3조 4238억원 늘어난 34조 768억원을 기록했지만 등급이 B에서 A로 올랐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3조 6266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A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기관들이 ‘탈원전’이나 ‘문재인 케어’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잘 따라 좋은 점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총점제라 특정 분야에서 미흡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성과가 좋으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20-06-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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