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논쟁 현산-채권단 언제 만나나

‘연애편지’ 논쟁 현산-채권단 언제 만나나

유대근 기자
입력 2020-06-26 17:18
업데이트 2020-06-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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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의 상반기 아시아나 인수 물건너가
“곧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 의견 지배적
재협상 땐 세부조건 두고 기싸움 예상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서울 강서구의 본사에서 근무하는 모습. 서울신문DB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서울 강서구의 본사에서 근무하는 모습.
서울신문DB
“서면 협의를 얘기했는데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

이동걸 산업은행(산은)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향해 “현산도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언제든 찾아오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채권단에 인수 조건 등을 재협상하자고 제안한 현산 측이 공문, 보도자료 등 서면으로만 입장을 밝혔고, 산은 측이 보낸 재질의 공문에도 답을 하지 않다 보니 진정성을 의심하며 내뱉은 비판이다. 이후 일주일 넘게 흘렀지만 현산과 채권단은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앞서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했지만 현산이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한 뒤 일정은 ‘올스톱’된 상태다. 이로써 현산의 상반기 아시아나 인수는 물 건너갔다.

다만 27일까지 거래 체결이 안 돼도 거래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다. 주식매매계약 당시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도록 했는데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두 기업 간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 인수 종료 시점은 자연스레 연기될 전망이다.

앞으로 중요한 건 현산의 의지다. ‘침묵 행보’를 보이는 현산이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협상도 하지 않고 인수를 포기하면 인수 무산의 책임이 고스란히 현산 쪽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예상되는 2500억원의 계약금 소송에서 현산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채권단과의 본격적인 재협상에 앞서 어느 수준으로 인수 조건을 바꿔야 실익이 남는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기업의 명운을 가를 사안이다 보니 현산 내 임원들과 실무진도 정몽규 회장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재협상에 들어가면 세부 조건을 놓고 채권단과 현산의 팽팽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금호산업에 줘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산이 2조 5000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깎아야 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채권단의 고민 지점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수가를 낮추는 것은 자칫 특혜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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