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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폼팩터’, 글로벌 전기차 전쟁 꿰뚫는 키워드로[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배터리 ‘폼팩터’, 글로벌 전기차 전쟁 꿰뚫는 키워드로[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3-02-10 18:11
업데이트 2023-04-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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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팩터 혁신은 배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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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배터리의 형태를 의미하는 ‘폼팩터’는 전기차 산업을 꿰뚫는 중요한 키워드다. 배터리의 성능이나 생산효율을 결정하는 만큼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양산성, 가격 경쟁력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전기차 업계 내 폼팩터 논쟁이 최근 재점화하고 있다.

불을 지핀 곳은 제너럴모터스(GM)다. 실적 발표회에 직접 나선 메리 바라 GM 회장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소개하면서 “기존 GM이 쓰던 파우치형 외에도 각형과 원통형도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중에서도 ‘원통형’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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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ATL의 각형 배터리.
중국 CATL의 각형 배터리.
전기차용 배터리는 크게 파우치형과 각형, 원통형으로 나뉜다. 파우치형과 각형이 주로 쓰이며, 현재 대세는 각형이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글로벌 배터리 타입별 판매 비중에서 각형은 6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파우치형이 19%, 원통형은 12%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시장은 각형의 비중이 90%나 되는 것으로 SNE리서치는 분석했다.

각형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파우치형보다 공정이 덜 복잡하고, 금속 외피가 있어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점 때문이다. 파우치형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제작할 수 있어 남는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최근 전기차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이런 장점은 차츰 퇴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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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원통형이 차세대 배터리 산업을 이끌 대세로 떠오른다는 전망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동그란 모양 탓에 어쩔 수 없이 불용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소할 다양한 플랫폼 기술들이 나오면서 주목받는 것이다. 더구나 원통형은 자동차 외에도 실생활 다양한 곳에서 쓰이며 그만큼 역사도 길어서 양산성이 탁월하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리비안, 루시드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원통형 배터리를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탑재하겠다고 밝히는 이유다. BMW도 신형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에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한다고 밝혔으며, 스텔란티스와 볼보, 재규어 등도 원통형을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향(向) 원통형 배터리 시장규모가 지난해 108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705GWh로 연평균 27%의 고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산업의 ‘게임 체인저’인 테슬라의 ‘4680 배터리’도 원통형이다. 테슬라는 지난 연말 트위터를 통해 일주일간 86만 8000개의 4680 배터리를 생산했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상업용 생산의 기대감을 키웠다. 글로벌 배터리사 가운데 테슬라의 핵심 파트너는 일본 파나소닉이며, 국내 LG에너지솔루션도 테슬라에 공급할 4680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은 역사가 긴 만큼 전통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해왔던 회사들이 강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파나소닉과 LG, 삼성 등이 원통형 시장의 성장세가 큰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원점 재검토에 나섰던 미국 애리조나 공장도 원통형 배터리 공장으로 꾸리는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BMW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SDI도 충남 천안 공장에서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아직 파우치형을 사용하는 현대자동차·기아·포드·폭스바겐이 주요 고객인 SK온은 파우치형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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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파우치형 배터리
SK온의 파우치형 배터리
폼팩터 논쟁을 넘어 최근에는 ‘OTS’(Off The Shelf) 비즈니스도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부 고객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이 아닌, 규격화된 제품으로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차량 생산 규모가 작지만, 대당 탑재량은 많은 전기 상용차 업계에서는 그간 ‘표준화’된 원통형 전지가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 시장에 진입한 LG에너지솔루션은 다른 고객에게 판매되고 있는 모듈을 활용해 상용차 업체에 판매하며 수주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폼팩터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면 유휴 라인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재고 자산을 회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전반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들의 생산성 혁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다양화를 위한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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