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호재인데…부동산 시장은 ‘글쎄’

나름 호재인데…부동산 시장은 ‘글쎄’

입력 2012-08-26 00:00
업데이트 2012-08-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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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완화 일주일 지나도 매매시장 ‘더 썰렁’

침체에 빠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각종 정책과 개발 호재가 쏟아지고 있는 데도 정작 수요자들의 관심은 냉랭하기만 하다.

대내외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가계 빚이 늘어가고 있고, 물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부동산 구매에 지갑을 여는 서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여름 비수기를 지나 가을 이사철로 접어드는데도 주택 소유자들은 매매보다는 전세로만 더 쏠리는 분위기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용산개발 등 호재도 ‘안먹히네’ = 무더위와 장맛비가 유독 기승을 부린 올해 여름이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소식이 잇따랐다.

정부가 지난 17일 부동산의 ‘마지막 빗장’으로 불리는 DTI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고 발표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전면적인 규제 완화라기보다는 제도적 보완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지만 실수요층인 40대 미만 직장인과 투자 여력이 충분한 자산가들의 대출 한도를 늘려줬다는 점에서 꽉 막힌 거래시장에 어느정도 숨통을 틔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사흘 뒤 새누리당이 양도소득세 중과의 한시적 감면 또는 폐지, 취득세 인하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제시해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정책 호재뿐 아니라 지지부진하던 초대형 개발사업의 진행 소식도 전해졌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의 최대 난관으로 꼽혔던 용산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에 관한 계획안이 23일 이사회를 통과해 사업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이다.

평소같으면 즉각 반응이 나올 법한 대형 호재로 볼 수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26일 부동산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DTI 보완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오히려 아파트값은 더 떨어지는 추세다.

국민은행 조사결과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세는 전주보다 0.1% 떨어져 25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114 집계로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07% 하락해 오히려 전주(-0.06%)보다 내림폭이 커졌다.

특히 투자 수요의 비중이 큰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한 주만에 0.28%나 떨어져 DTI 등의 호재를 무색케 했다.

강남구 개포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매매가 아예 멈췄다”며 “정부 정책은 많이 나오는데 실효성이 없고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시장이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주공 3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는 DTI 완화 일주일만에 오히려 1천만∼3천만원 떨어지기도 했다.

양천구 목동의 H공인 관계자는 “DTI 규제가 완화되고 여당에서 취득세와 양도세 폐지 또는 완화를 검토한다고 하니 집주인들이 ‘이 정도면 거래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문의전화를 걸어오지만 아직 수요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동구 고덕동 S공인 대표도 “예전에는 이런 정책이 발표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는데 지금은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며 “관심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장은 시큰둥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호재까지 겹친 용산구 이촌동에도 별다른 영향이 감지되지 않는다.

이촌동 P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지 DTI 완화나 서부이촌동 보상과 관련해 문의하는 수요자들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매매 막히니 전세만 ‘들썩’ =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매매시장이 미동도 하지 않자 집을 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세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

국민은행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3월 마지막 주 이후 5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세(0.1%)를 기록했다.

한동안 약보합세를 보이던 전세시장은 신혼부부를 비롯한 가을 이사수요가 매매로 분산되지 않고 한꺼번에 몰리면서 조금씩 들썩이는 분위기다.

송파구 잠실동 P공인에 따르면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110.68㎡이 2억5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오르는 등 최근 들어 이 지역 전셋값이 4천만∼5천만원 급등하고 있다.

P공인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20∼30평대 아파트를 찾는 전세시장이 보름 전부터 들썩이고 있다”며 “자금력이 떨어지는 세입자는 전세보다 월세를 많이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의 재건축 이주가 이달 초 시작돼 인근 지역의 임대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잠원동 대림아파트와 신반포 1차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일대도 재건축 이주로 인해 최근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다.

다른 지역에서도 전셋집을 구하는 손님은 늘어나는데 나오는 물건이 없어 세입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개포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전세금이 많이 오르니 웬만하면 재계약을 해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가격이 1천만∼2천만원 올랐는데 워낙 물건이 없어 그 돈을 주고도 금방 구하기 어렵다. 오늘도 신혼부부 두 쌍이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고 전했다.

2010년이나 지난해 초와 같은 심각한 전세난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당분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조금씩 가격이 오르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고덕동 S공인 관계자는 “준공된 지 얼마 안된 아파트의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며 “이미 나온 전세물건이 다 빠져나가면 좀더 오른 가격에 새 물건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수요위축 심각…침체 지속” =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자들의 실질적·심리적 위축, 정부 정책의 부작용, 저가 주택 공급으로 인한 시장 교란으로 당분간 주택거래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역대 최고라고 하니 실제 빚이 많은 사람은 물론 채무가 없는 사람까지도 그런 보도를 보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시장이 살아나려면) 소득이 증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유럽 재정위기, 실물경기 악화 등의 여파가 여전하고 전망이 비관적이다보니 투자심리가 바닥”이라며 “액수가 큰 주택 구매를 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했다.

또 실행이 불투명한 부동산 정책을 자꾸 미리 발표하는 일이 오히려 거래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여당의 취득세 인하 추진 방안도 아직 실행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공개되다보니 실수요자들이 세금 인하를 기다리며 당장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보금자리주택 등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주택의 공급으로 수요자들이 오직 보금자리만 기다린다는 점도 전체적인 거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홍석민 부동산연구팀장은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분양이 잘 된다면 시장 회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소비심리가 완전히 꺾인 데다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어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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