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사퇴’에도 직원들 성토
“땅콩회항 때처럼 꼬리자르기총수 일가 모두 법적 책임져야”
채팅방 갑질·비리 제보 봇물
개설 5일 만에 860명 참가
관세청 직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조현민 전무 자택에서 압수수색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22일 대한항공 직원 등에 따르면 카카오톡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오픈 채팅방에 참가한 직원들은 조만간 촛불집회 등 형식의 오프라인 집회를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 제보방 운영자는 이날 오후 제보방에 글을 띄워 “노조 또는 외부 단체 등과 상관없이 대한항공 직원들이 순순히 본인의 의지로 참석해 조 회장 일가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자 한다”고 글을 올렸다. 해당 집회는 퇴근 이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장소에 모여 촛불을 드는 형식으로 열릴 전망이다. 단 외부단체 개입은 최대한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슈가 있어 국민 관심이 묻힐 수 있고, 준비에도 시간이 걸려 실제 촛불집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늦게 조 회장이 “딸들을 그룹 경영 일선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자, 직원들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오히려 총수 일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한항공 지상직 직원은 “결국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본인과 아들은 계속 경영일선에 남아 있겠다는 뜻”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귀하면 그만으로 땅콩회항 때와 똑같은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반직 직원은 “이번 사과가 꼬리 자르기임은 직원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총수 일가의 비리와 불법, 갑질 등의 제보는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에서 선정하는 전문경영인제 역시 “총수 일가의 아바타를 또 하나 세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직원들의 비밀 채팅방이자 제보방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이날 개설 5일 만에 참가자가 860명이 넘어섰다. 참가자가 1000명에 육박하자 추가 채팅방을 만들고 별도의 관리자도 선발할 계획이다. 참가 직원 수가 늘면서 총수 일가에 대한 제보도 붓물 터지듯 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회사나 기내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갑질’ 제보부터 면세품 등 처리 과정에서 난 손실을 승무원 사비로 메우도록 했다는 내용, 해외에서 각종 명품 쇼핑을 하면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한 정비직 직원은 “1등석에 오너 일가가 탑승할 경우 깨끗한 좌석과 가구를 배치하기 위해 멀쩡한 새 비행기 좌석을 뜯어 헌 비행기 좌석과 교체했다”는 글을 올렸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8-04-23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