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치고 나가는데 총수는 법정에”...삼성 ‘잃어버린 10년’ 위기 고조

“경쟁사 치고 나가는데 총수는 법정에”...삼성 ‘잃어버린 10년’ 위기 고조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0-09-01 16:20
수정 2020-09-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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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용 부회장 기소에 침통한 삼성
“5~10년 더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게 돼”
당장 하반기 실적 암운..뉴삼성 구체화도 지연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삼바 투자 타격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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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와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지난 5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와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수사심의위원회로 반격을 꾀했던 삼성이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기소로 ‘최후의 카드’가 꺾이자 침통함에 휩싸였다.

1일 삼성 관계자는 “4년을 이어온 국정농단 사건 재판도 아직 끝나지 않고 있는데 이번 사건은 회계, 합병 등 복잡한 이슈를 다루고 있고 검찰 수사 기록만 20만쪽이라 최소 5년에서 최장 10년은 더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게 됐다”며 “경쟁사들은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하루가 다르게 치고 나가고 있는데 이 부회장은 서초동 법정에서 과거 회계만 들여다보게 생겼다”며 허탈해 했다.

이번 기소로 이 부회장과 삼성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이어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까지 추가하게 되면서 장기간의 사법리스크가 가중되게 됐다. 코로나19 재확산, 미국의 중국 화웨이 추가 제재,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 여러 위기가 중첩된 가운데 총수인 이 부회장이 재판 준비와 출석 등에 또 다시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게 되면서 삼성의 ‘초격차 전략‘에 제동이 걸릴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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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서울신문 DB
2016년 9조 4000억원 규모의 하만 인수 이후 멈춘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중장기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올 하반기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삼성 주력 사업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총수의 사법리스크 지속으로 내부에서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할 거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오너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133조원 규모 시스템 반도체 육성 계획과 같은 초대형 사업 구상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5월초 대국민 사과 당시 내놓은 ‘뉴 삼성‘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더뎌지게 됐다”고 말했다.

합병비율 고의 조작, 분식회계 등은 삼성이나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사안인 만큼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거란 의견도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주주들의 부를 사취한 혐의인 만큼 국정농단 사건보다 삼성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특히 삼성은 해외 거대 기업들과의 협업이 많은데 이번 기소로 글로벌 기업들에 삼성의 총수는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기업의 이익을 침해할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해외의 혁신 기업 인수합병이나 인재 영입 등은 물론 수사의 직접적인 대상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은 각각 외부 자금 조달, 해외 프로젝트 수주가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이 다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심화로 기업인들이 열심히 뛰어 경제 회복, 일자리 유지·확대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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