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 44일 만에 발표
삼성-카카오 동일 규제 탈피… 3년마다 기준 재검토해 반영총수 사익편취 금지 등 5兆 유지… “산업별 차등 적용 필요” 지적도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2008년 이후 8년 만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면서 “그동안 우리 경제 규모와 경제 여건의 변화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기업 지정 기준 자산이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된다.세종 연합뉴스
재계를 중심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기준 손질 의사를 밝힌 뒤 44일 만에 지정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이로써 이제 막 성장 가도에 올라선 카카오와 셀트리온 등은 벤처투자 금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 공공발주 사업 참여 제한 등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기준은 완화되지만 총수일가 사익 편취 금지, 공시 의무 등 사후규제 기준은 현행 5조원이 유지된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사후 규제는 신사업 진출, 사업영역 확대 등 경영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위집단에 적용돼도 기업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산 규모 5조 7000억원의 하이트진로의 경우 대기업집단에서는 빠지지만 공정위가 진행 중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는 계속된다.
하지만 규제 기준을 산업별로 세분화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거래법상 기준을 따르고 있는 현행 38개 법령에 따른 규제는 그 목적과 산업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현재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7개 집단, 618개 계열사가 상호출자 등의 규제에서 벗어남에 따라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돼도 준대규모점포 제한 등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는 적용되기 때문에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각 법령의 규제 완화가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도 충분한 분석을 거쳤기 때문에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06-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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