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항공권 316억어치 선결제하고도 욕먹는 까닭은

[단독] 정부, 항공권 316억어치 선결제하고도 욕먹는 까닭은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0-10-05 18:00
업데이트 2020-10-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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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론 1.6% 사용...대한항공,아시아나 집중
잔액 환불땐 보증보험수수료가 수입보다 커
송언석 의원 “탁상행정으로 항공사엔 부담만”

코로나19로 막혔던 인천~우한 노선 항공 운항이 재개된 지난달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티웨이항공 부스에서 중국 우한으로 출국하려는 시민들이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막혔던 인천~우한 노선 항공 운항이 재개된 지난달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티웨이항공 부스에서 중국 우한으로 출국하려는 시민들이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항공사들을 돕기 위해 해외 항공권을 316억원어치 선(先)결제했지만 실제 사용된 금액은 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남은 금액을 환불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가 지속된다면 보증보험 수수료가 수입보다 많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탁상행정에 따른 생색내기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5월 이후 국내 항공사에 선결제한 해외 항공권 금액은 총 316억 5506만원이었다. 다만 선결제 조건으로 항공사들은 연말까지 사용되지 않는 선지급금 환불에 대비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대한항공에 217억 4403만원, 아시아나항공 95억 1161만원, 제주항공 1억 6658만원, 진에어 1억 2672만원, 에어부산 4632만원, 티웨이항공 4618만원, 이스타항공 736만원, 에어서울에 626만원 순으로 선결제됐다.

하지만 선결제한 316억 5506만원 가운데 1.6%에 불과한 5억 1961만원만 사용됐다. 이마저도 대한항공(4억 5201만원)과 아시아나항공(6760만원)에 집중됐고, 저비용 항공사들에는 한 푼의 매출도 잡히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해외 출장 일정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연말에도 코로나 사태가 이어진다면 대한항공을 뺀 각 항공사는 실제 수입보다 더 큰 보증보험 수수료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권 수입으로 6760만원을 올린 아시아나항공은 보증보험 수수료가 7280만원이었다. 제주항공은 수입 없이 수수료만 109만원을 지급했다. 선결제를 하지 않았으면 지출할 필요가 없었던 비용이다.

게다가 1000만원 미만으로 선결제된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100% 사용된다고 해도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 제대로 된 배분 기준도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의원은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 줬고, 항공사에 추가 부담만 지우게 됐다”고 꼬집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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