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힘들다더니”…오너와 지주사에 거액 배당

“증권사 힘들다더니”…오너와 지주사에 거액 배당

입력 2013-07-08 00:00
수정 2013-07-0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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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기록한 현대증권, 440억원이나 ‘배당

사주와 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있는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에도 거액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 중에는 적자에도 수백억 원대의 배당금을 나눠준 곳도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현금배당을 한 증권사 24곳의 총 배당금은 5천627억원으로 전년(5천402억원)보다 4.2% 늘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6천374억원에서 1조1천566억원으로 29.4% 줄었다.

현대증권은 작년 21억원 적자에도 현금 444억원을 배당했다. 작년 적자를 낸 다른 대부분 증권사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흑자를 낸 증권사 중 순익 대비 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대신증권으로 225.5%에 달했다. 대신증권은 작년 영업활동으로 172억원 흑자를 내는 데 그쳤지만 387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대신증권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 113.3%, BNP파리바증권 79.3%, 부국증권 68.4%, 한양증권 67.6%, 유화증권 64.5%, 아이엠투자증권 49.7%, NH농협증권 48.3%, 메리츠종합금융증권 41.8% 등이다.

또 대우증권 40.6%, 삼성증권 38.6%, 신영증권 37.3%, KTB투자증권 34.2%, 미래에셋증권 29.8%, 우리투자증권 29.5%, 동양증권 28.7% 등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배당했다.

사주나 금융지주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증권사들의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었다.

대신증권 최대주주는 이어룡 회장의 아들 양홍석 부사장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양 부사장의 보유지분이 6.66%, 이 회장이 1.41%, 이 회장의 딸 정연씨가 1.03%다.

대신증권은 순익이 2011년 907억원에서 작년 172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이 56.8%에서 225.5%로 커졌다.

부국증권도 작년 순익이 줄어 배당금은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2011년 57.9%에서 작년 68.4%로 높아졌다.

부국증권 최대주주는 김중건 회장으로 3월 말 현재 12.22%를 보유했고 동생인 김중광씨가 11.79%를 갖고 있다.

신영증권도 원국희 회장(16.23%), 유화증권은 윤경립 회장(17.64%), KTB투자증권은 권성문 회장(22.26%)이 각각 최대주주로 배당금 중 상당 부분을 챙겼다.

금융지주나 재벌 계열 증권사들도 지주나 계열사들이 막대한 배당금을 가져갔다.

작년 순익(1천590억원)보다 많은 1천801억원을 배당한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순익의 절반가량을 배당한 NH농협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가 68.13%의 지분을 보유했고 산은금융지주(43.00%)는 대우증권의 최대주주다.

동양증권은 계열사인 동양인터내셔널(19.01%)이 최대주주이고 삼성증권은 삼성생명보험(11.14%), 현대증권은 현대상선(25.9%)이 각각 최대주주다.

BNP파리바증권은 BNP파리바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해 102억원의 배당금을 모두 가져갔다.

배당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투자유인 요인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보다 당장 사주나 본사의 이익을 위해 고배당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5월 말 한 행사에서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금융사들이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를 늘려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가 일부 은행만큼 고배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고배당을 하는 것은 아닌지 체크는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작년 흑자로 전환했지만 배당하지 않았고 적자를 낸 한화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리딩투자증권, 맥쿼리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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