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일본에서 빛난 민간외교/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

[시론] 동일본에서 빛난 민간외교/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

입력 2011-03-29 00:00
업데이트 201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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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외교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 일본 지진 참사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민간 분야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박찬호 등 스포츠 스타, 배용준·이병헌·최지우 등 한류스타, 익명의 수많은 한국인들이 대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을 돕고자 기꺼이 나섰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애증관계를 이어온 것이 한·일관계인데, 고난에 직면한 이웃에 대한 진심어린 한국인의 지원은 모든 것을 뛰어넘어 일본인들을 감동시켰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한국이 일본을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일본 언론과 인터넷 포털이 전하는 일본인들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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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
물론 한국 정부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일본에 위로를 전하고 돕고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주한 일본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지진희생자를 위로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호대를 파견했고, 방사능 오염 논란이 있는 가운데서도 가장 늦게까지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것도 한국 구호대다. 그러나 많은 일본인들을 감격하게 한 것은 정부보다 대중문화 스타를 비롯해 평범한 일반 한국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다. 그런 마음과 마음이 만나 ‘감동’이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세계인을 감동시킨 것은 비단 일본에서만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한국의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아프리카에서부터 동남아, 남미 오지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어려운 세계 이웃을 돕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치인 국민총소득(GNI) 대비 0.3%보다 현저히 낮은 0.1%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외 파견 자원봉사단의 규모는 세계 3위이다. 연간 활동인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43개국에 1600명의 자원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8000명의 미국 평화봉사단, 3000명의 일본 봉사단(JICA) 다음이다.

이명박 정부는 2년 전에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국가 이미지가 국가경쟁력, 상품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에서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그러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중심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라는 점을 늘 유념해야 한다. 물론 안보나 국방·정책 등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고, 정부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도 많으나 국제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민간이 더 잘할 수 있고 효과도 큰 경우가 훨씬 많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나아가고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여론을 형성하는 데 민간 분야의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상대로 우리를 알리고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일은 민간 분야에서 앞장서는 것이 훨씬 커다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선진 각국들은 요즘들어 더더욱 민간 중심의 외교(Public Diplomacy)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시대 조류를 읽은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진 각국들과의 치열한 ‘국가 이미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과감하게 인적·물적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의 민간 해외봉사활동을 점검해 상대 국가와 국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야와 사업을 찾아내 우리만이 제공할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주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가와 오지 국가에 가 보면 한국 정부의 고위관리보다 더 큰 환영을 받는 이들이 민간 자원 봉사자들이다. 해외봉사단을 운영하는 국가 중에 유일하게 가난에서 탈출한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가 우리이고, 교육·농업·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경험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해외봉사는 이제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민간분야의 해외봉사가 제자리를 확고히 잡아나가도록 국민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의 외교역량을 키우는 지름길은 가까이 있다.
2011-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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