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회로 넘어간 세제개혁, 이것만은 꼭 짚자/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시론] 국회로 넘어간 세제개혁, 이것만은 꼭 짚자/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2-08-10 00:00
수정 2012-08-10 00: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 8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은 일자리와 우리의 성장동력을 확충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기본 구상을 담고 있다. 조세지원의 고용연계성을 강화하고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지원을 합리화하며, 내수와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각종 비과세 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내리며, 대기업 최저한세를 상향조정하는 등의 개편을 통해서 추가 세수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조세지출의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개선하는 등 세제 운영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세법개정안은 그동안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게 준비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항목별로 접근했다는 아쉬운 점도 발견된다.

금융소득 과세제도를 정비하고 종합과세를 강화한 부분은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다.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내리고 주식양도차익 과세범위를 넓히며,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과세하고 채권이나 장기저축성 보험에 대한 과세제도를 정비하는 것 등 여러 개편 조치는 모든 소득을 차별 없이 과세한다는 원칙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는 조세정책에서 가장 첨예하게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금융소득도 다른 소득과 차별 없이 합산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비과세하는 것이 저축 수단을 선택하는 데 왜곡을 초래하지 않고 또 투자재원 조달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정 기준금액 이상의 금융소득만을 합산해 과세하는 것은 양자의 주장을 절충한 것이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보다 전자의 방향으로 한 걸음 다가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세지출의 성과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과세 감면을 통해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고 부처별 한도를 설정해 재정지출 편성시에 연계한다는 방안은 상당히 새롭고 과감한 시도인 것이다. 소득세 등의 과표구간과 세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는 정부안에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으나, 여야가 이미 개편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 조정에 대한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의 소득세 비중이 크게 낮다는 점에서, 소득세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핵심적인 특질은 세부담이 공평하면서도 우리의 경제활동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엇이 공평한 세금인가에 대한 합의도 어렵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안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자신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조세개혁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이다.

비과세 감면은 국가가 정책적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지만 많은 경우 그것이 영구화되고 일반화되는 것이 문제다. 또 분명히 과세해야 하지만 세제가 미비하거나 행정 여력이 미치지 못해 과세하지 못하는 부분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각종 변칙 상속 증여는 물론, 과세되지 않는 많은 부가급여나 혜택들은 세제의 공평성에 대한 우리의 불신을 키운다. 의도적인 탈세나 지하경제는 우리 사회의 기본을 잠식하는 것으로 세금의 공평성에 대한 우리의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제개혁의 핵심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회에서의 논의과정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더욱 부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2-08-1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