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아프리카 전문가요, 전 아닌데요/한준규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아프리카 전문가요, 전 아닌데요/한준규 산업부 기자

입력 2012-09-15 00:00
수정 201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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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전문가요? 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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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산업부 기자
한준규 산업부 기자
D상사 김모 과장은 한 임원이 ‘아프리카 전문가’라고 치켜세우자 그는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2006년부터 4년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근무했던 이력 때문에 그는 아프리카나 분쟁지역인 중동지역 파견근무자를 모집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름이 거론되곤 한다.

“치안 불안 때문에 가족이 같이 갈 수도 없고 열악한 지역에 근무했다고 인사상 큰 혜택도 없으니 직원들이 손을 들겠어요? 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아프리카 전문가로 낙인, 유럽이나 미국 근무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됩니다.” 김 과장의 자조 섞인 얘기다.

지난주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아프리카가 앞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와 수출 전문가들은 현지 사정에 능통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지역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틈만 나면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현지에서 만난 무역상사와 코트라, 수출입기관 직원들은 파견 근무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프리카에서 몇년째 혼자 파견근무 중인 수출입기관 이모 과장은 “먹거리, 치안 불안 등보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면서 “정부 기관과 한국 교민이 거의 없는 이런 파견지에는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114개 무역관을 운영 중인 코트라도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다음에도 그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젊은 직원들은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 근무를 기피한다. 아프리카의 한 무역관장은 “애들이 ‘아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근무를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을 때 정말 속이 상한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경제 성장의 새로운 무대가 될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에 근무하는 수출 ‘특공대원’에게 말이 아닌 실질적인 혜택을 듬뿍 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한다. 인사상의 가점 등은 물론 경제적 지원과 다음 파견근무 선택권 등이 보장돼야 한다. 치안 불안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있기에 무역 1조 달러도 가능했고, 2조 달러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hihi@seoul.co.kr

2012-09-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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