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본 사람은 머리를 깎고
예수를 본 사람은 신학교로 간다
설마 돈이 보여 장사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겠지….
방과 후 청소 마치고 내려가던 고등학교 때 음악실 계단에서 듣던,
창 너머
텅 빈 교정 중앙 화단에 샐비어가 붉디붉은데
고요를 흔들며 퍼져나가던,
그래서 샐비어 꽃술을 간질이던 클라리넷 소리
나의 옛 클라리넷 연주자는
꽃술이 움직이듯 내 마음의 고요를 흔들어놓고
이제는 클라리넷을 놓았다 한다.
사경을 헤매고 그가 본 것은
그의 마음 깊은 저곳이었던가
나의 샐비어만 나와 함께 여름이 길다.
2012-11-10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