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에서
배가 고프거나,
오래 길 끝에 박혀 나가지 못했을 때,
사랑도 식어서 해가 질 때,
그 꼬리를 잘라버리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산문(山門)의 산그늘 외진 꼬리도,
오지 않는 새벽을 기다리는 가로등의 꼬리도,
아, 그림자가 길어지는
골목 안에서 꼬리를 자르고
쫓아오던 반민주(反民主)의
몸통도 잘라버리고 싶었다
2012-12-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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