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개와 소통으로 ‘버티고’를 넘어/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기고] 공개와 소통으로 ‘버티고’를 넘어/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입력 2013-11-15 00:00
업데이트 201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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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비행을 하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경험이 많은 비행사도 하늘과 바다를 착각해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는 것이다. 이것을 버티고(vertigo) 현상이라고 한다. 이 버티고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험과 관행은 과거의 일이다. 판단을 위한 참고일 뿐 전부일 수는 없다. 비행사는 계기판을 봐야 하고 관제탑은 상황을 분석하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 지상과 상공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한다. 환경부는 정부 내에서 계기판에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관제탑에서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행정도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날로 다양해지는 수요자의 요구를 과거의 경험과 관행에 의존해 거부하고 버틴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관행을 벗어난 정보의 개방과 공유, 다양한 소통과 함께 협업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소통이나 정책서비스 제공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양한 요구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부3.0이다.

정부3.0은 정보를 개방하고 서로 공유하는 한편 부처 간 벽을 허물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이뤄내는 것이다.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에 맞는 정책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환경정보를 2017년까지 80% 이상 국민에게 개방한다. 보유하고 있는 수질검사 결과 수질예측 정보, 음식물쓰레기 배출 현황, 환경신기술 정보 등 168개 데이터베이스 중 올해 안으로 52개를 개방하고 2017년까지 136개를 개방한다.

또한 환경부는 부처 간의 벽을 과감히 넘어 새로운 협업체계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방재청 등 여러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정보를 통합해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기상정보와 연계한 안전한 산행정보를 제공한다. 개발사업 등의 환경영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저감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원문 공개와 실시간 주민의견 수렴도 가능해진다.

청국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숙성이 잘돼야 한다. 숙성은 콩 하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영양분을 나눌 때 이뤄진다. 이렇듯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를 우리만 가지고 있으면 그 효용가치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잘 숙성시키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것이다.

‘논어-안연’ 편에서 공자는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행정은 국민이 중심이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행정의 처음이고 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3.0은 행정패러다임을 국민중심으로 돌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2013-11-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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