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窓] 청년에게 양보할 때 모두에게 희망이 있다/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청년에게 양보할 때 모두에게 희망이 있다/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입력 2015-03-06 23:54
수정 2015-03-07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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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이 2014년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 8.0%, 2011년 7.6%, 2012년 7.5%로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더니, 2013년 8.0%로 악화되다가 2014년에 9.0%로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청년 취업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젠 아예 취업을 포기한 청년 구직 단념자만도 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요즘 청년은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취업 재수와 삼수는 물론이고, 대학 졸업을 늦추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등학교보다는 대학을 졸업하면 좀 더 나은 취업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학등록금 대출금에 대한 상환도 부담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연수, 봉사활동, 인턴경력, 외국어, 자격증 등 스펙 쌓기도 열심이다. 하지만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취업 사정이 이렇게 되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전문대학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풍속도 감지된다. 전통적인 생각을 깬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청년 취업이 고통스러울 정도라면 이젠 청년들이 해결해야 할 청년만의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

청년은 미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지금의 청년이 건강해야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다. 청년의 삶이 힘들어지면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이웃 나라에서 보는 것처럼 고단한 청년은 우선 결혼을 기피하게 된다. 당연히 출산율은 떨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고령사회로 진입해 복지 지출이 늘게 되면 부족한 경제활동 인구로는 나라 살림을 지탱할 수 없다. 청년에게 희생을 강요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에서 보는 것처럼 청년은 결국 나라를 버리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나라 하나가 이렇게 절단 나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어떤 임계점이 있어 그 임계점만 지나게 되면 절벽처럼 상황이 나빠지면서 백약이 무효가 되는 상황이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에 빗대어 볼 때 그 임계점은 언제나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청년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관심이다. 무엇이건 청년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청년을 위한’ 것을 넘어 ‘우리 전체의 미래를 위한’ 확실한 준비라는 인식과 철학이 있어야 가능하다. 청년 취업 문제 역시 바로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년 취업은 청년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도 늦진 않다.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선거에서의 표 계산과 같은 경박스러운 것이 논의의 핵심을 가려선 안 된다. 오로지 나라의 미래와 우리의 안위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대학등록금, 국가장학금, 등록금 대출, 학업 중에 취업하기, 취업 중 직장 업무로 학점 취득하기 등 청년이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과 청년 취업을 장려할 모든 것들이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

청년을 두둔하면 당장 세대 간 대결을 부추긴다고 한다. 아니다. 청년이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세대 간 대결의 관점에서 청년 문제를 봐선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청년에게 우선 양보할 때 비로소 모두에게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청년의 활력이 온 나라를 뒤덮는 곳, 그것이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2015-03-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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