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저우(小周)!”
중국에선 가까운 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성 앞에 작을 소(小)자를 붙인다. 상대방의 성이 주(周)라면 ‘샤오저우’로 부른다. 우리의 ‘주군(君)’ 혹은 ‘주양(孃)’ 같은 표현이다.
베이징 시정부의 한 여성대변인이 ‘샤오저우’라고 호칭해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 딱 두 번 식사를 한 게 인연의 전부인 사람이다. 중국인 기자들을 만나 “매우 불쾌했다.”고 얘기하자 그들은 한결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꾸로 나이 많은 기자가 자신보다 어린 대변인에게 ‘샤오X’라고 불러도 되겠느냐고 묻자 기겁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우리와 다른 언론 체제를 가진 중국에선 관료인 대변인과 언론인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대변인이 기자에게 ‘주양’이라는 호칭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 상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와 전혀 다른 질서를 맞닥뜨릴 때 겪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컬처 쇼크(문화 충격)라고 부른다. 문화 간 의사소통(intercultural communication)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로 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가 1954년 처음 소개했다. 컬처 쇼크의 크기는 이미 형성된 고유의 문화 의식 정도에 비례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고유의 문화 의식이 현지의 사건을 본국으로 타전하는 특파원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 간 의사소통에서 고유의 문화 의식이 유발하는 대표적인 장애로 ‘인식의 오류’가 꼽힌다. 상대방의 문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생기는 오해다. 이것이 신문 지면으로 옮겨질 경우 ‘오보’가 된다.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7월 21일의 베이징 폭우 직후 베이징 시장이 사임한 사건을 일부 국내 언론들이 문책성 인사라고 보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공산당이 정부를 이끈다는 점에서 베이징 당서기가 베이징 시장보다 직급이 높고, 당시 베이징 시장은 당서기로 승진한 뒤 시장직을 사임하는 절차를 밟던 중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마무리 승진 절차인 베이징 시장 사임이 폭우 뒤 시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 이뤄지면서 국내 언론은 우리의 상식에 따라 승진을 낙마로 해석한 것이다.
고정관념(스테레오타입)도 문화 간 소통의 대표적인 장애다.
편견으로도 이해되는 고정관념이란 자신이 가진 정보만으로 상대를 특정 이미지에 끼워 맞추어 판단해 버리는 경향을 말한다. 중국에 대한 선입견에 맞춰 중국의 사건을 바라보는 게 그것이다.
예컨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가 청·일전쟁의 결과물이란 과거사는 뒤로한 채 이 섬을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을 중국의 영토확장 시도로만 보려는 시각도 고정관념과 무관치 않다. 물론 중국이 이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한국의 고대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으로 한국인들을 불안하게 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편견은 중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화 간 의사소통에선 고유의 문화 의식 때문에 많은 장애가 발생한다. 다른 문화와 접할 때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중국과 한국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차이가 크고, 20세기 후반 한동안 서로 단절 상태에 있었다. 베이징 특파원이란 바로 문화 간 의사소통의 중심에 서 있는 조율자란 점에서 중국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애써야 하고, 중국 역시 한국 특파원들의 ‘중국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중국을 제대로 알고, 중국도 세상에 자신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길이다.
심할 경우 불편함을 넘어 혐오감까지 유발한다는 컬처 쇼크는 밀월기-좌절기-조정기-적응기의 단계를 거쳐 비로소 불편함이 해소된다고 한다. ‘샤오저우 사건’ 이후 베이징시 행사에 참석하는 게 어쩐지 아직 껄끄럽다. 중국에 왔으니 중국의 법을 따라 ‘샤오저우’란 호칭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직도 좌절기의 어디쯤에 서 있는 기분이다.
jhj@seoul.co.kr
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시정부의 한 여성대변인이 ‘샤오저우’라고 호칭해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 딱 두 번 식사를 한 게 인연의 전부인 사람이다. 중국인 기자들을 만나 “매우 불쾌했다.”고 얘기하자 그들은 한결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꾸로 나이 많은 기자가 자신보다 어린 대변인에게 ‘샤오X’라고 불러도 되겠느냐고 묻자 기겁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우리와 다른 언론 체제를 가진 중국에선 관료인 대변인과 언론인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대변인이 기자에게 ‘주양’이라는 호칭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 상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와 전혀 다른 질서를 맞닥뜨릴 때 겪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컬처 쇼크(문화 충격)라고 부른다. 문화 간 의사소통(intercultural communication)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로 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가 1954년 처음 소개했다. 컬처 쇼크의 크기는 이미 형성된 고유의 문화 의식 정도에 비례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고유의 문화 의식이 현지의 사건을 본국으로 타전하는 특파원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 간 의사소통에서 고유의 문화 의식이 유발하는 대표적인 장애로 ‘인식의 오류’가 꼽힌다. 상대방의 문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생기는 오해다. 이것이 신문 지면으로 옮겨질 경우 ‘오보’가 된다.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7월 21일의 베이징 폭우 직후 베이징 시장이 사임한 사건을 일부 국내 언론들이 문책성 인사라고 보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공산당이 정부를 이끈다는 점에서 베이징 당서기가 베이징 시장보다 직급이 높고, 당시 베이징 시장은 당서기로 승진한 뒤 시장직을 사임하는 절차를 밟던 중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마무리 승진 절차인 베이징 시장 사임이 폭우 뒤 시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 이뤄지면서 국내 언론은 우리의 상식에 따라 승진을 낙마로 해석한 것이다.
고정관념(스테레오타입)도 문화 간 소통의 대표적인 장애다.
편견으로도 이해되는 고정관념이란 자신이 가진 정보만으로 상대를 특정 이미지에 끼워 맞추어 판단해 버리는 경향을 말한다. 중국에 대한 선입견에 맞춰 중국의 사건을 바라보는 게 그것이다.
예컨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가 청·일전쟁의 결과물이란 과거사는 뒤로한 채 이 섬을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을 중국의 영토확장 시도로만 보려는 시각도 고정관념과 무관치 않다. 물론 중국이 이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한국의 고대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으로 한국인들을 불안하게 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편견은 중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화 간 의사소통에선 고유의 문화 의식 때문에 많은 장애가 발생한다. 다른 문화와 접할 때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중국과 한국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차이가 크고, 20세기 후반 한동안 서로 단절 상태에 있었다. 베이징 특파원이란 바로 문화 간 의사소통의 중심에 서 있는 조율자란 점에서 중국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애써야 하고, 중국 역시 한국 특파원들의 ‘중국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중국을 제대로 알고, 중국도 세상에 자신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길이다.
심할 경우 불편함을 넘어 혐오감까지 유발한다는 컬처 쇼크는 밀월기-좌절기-조정기-적응기의 단계를 거쳐 비로소 불편함이 해소된다고 한다. ‘샤오저우 사건’ 이후 베이징시 행사에 참석하는 게 어쩐지 아직 껄끄럽다. 중국에 왔으니 중국의 법을 따라 ‘샤오저우’란 호칭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직도 좌절기의 어디쯤에 서 있는 기분이다.
jhj@seoul.co.kr
2012-09-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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