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트럼프 2기
돈으로 환산해 거래하는 외교 방식
방위비 증액·미군철수 압박 가능성
북미 대화 땐 韓 외교 최대 어젠다로
미중 갈등과 한국
대중 강경책, 머스크 영향력 관건
美 우선하되 中과 호혜원칙 유지
中 ‘스마일 외교’에 현명한 대처를
한일 관계
과거사 등 원칙 갖되 국익을 봐야
‘칩4’ 같은 경제·기술 네트워크 유지
北 위협 시 日, 후방·병참기지 역할
정권마다 달라지는 외교정책
대통령제 개혁 없이 바꾸기 어려워
정권 바뀌어도 한미동맹 굳건해야
안보가 걸린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돈으로 환산해 거래하는 외교 방식
방위비 증액·미군철수 압박 가능성
북미 대화 땐 韓 외교 최대 어젠다로
미중 갈등과 한국
대중 강경책, 머스크 영향력 관건
美 우선하되 中과 호혜원칙 유지
中 ‘스마일 외교’에 현명한 대처를
한일 관계
과거사 등 원칙 갖되 국익을 봐야
‘칩4’ 같은 경제·기술 네트워크 유지
北 위협 시 日, 후방·병참기지 역할
정권마다 달라지는 외교정책
대통령제 개혁 없이 바꾸기 어려워
정권 바뀌어도 한미동맹 굳건해야
안보가 걸린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최근 한국 외교에 거대한 쓰나미 두 개가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다음달 출범하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비상계엄·탄핵 사태가 빚은 외교 공백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을 지난 13일 만나 국내외 혼돈의 시대를 맞은 한국 외교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는 외교에 대한 담론이 보수는 친미·친일, 진보는 친중·반일로 프레임워크가 정해져 있다”면서 “한국 외교는 그러한 친, 반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에 대해 우호적이라 미북회담이 조기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윤 이사장은 “한국 패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되는 일본과 협력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안주영 전문기자
-외교가 비상상황인데 한미동맹에 균열은 없을까.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우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계엄과 탄핵 사태를 맞아 엎친 데 덮진 격이 됐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 적극적 외교를 펼친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전임 정부의 외교전략 틀을 계승할지는 불확실하다.”
●탄핵·트럼프 2기… 한국 외교에 큰 도전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한일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한일 관계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약체인 것도 양국 관계에 부담이다. 한미일 3국 협력의 틀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우리에게 부담 아닌가.
“바이든 행정부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 유지와 이를 위한 미국의 리더십 행사를 중요시하고 민주주의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정책을 부정하고 철저히 미국의 국익, 특히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며 거래적 관점의 외교를 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최근 미 의회에서 주한미군을 2만 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는 ‘2025년 국방수권법’이 통과됐지만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2만 8500명 이하 감축 시 관련 예산을 사용 못 함)이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을 돈 문제로 환산해 거래로 보는 것이 트럼프의 외교 방식이다. 이런 상대에 어떤 전술로 대응할지 연구해야 한다.”
-‘관세 폭탄’, 보조금 폐지 등도 거론된다. 산업계의 대응은.
“한국산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폐지 등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를 연계해 우리 측 카드를 마련하고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다. 미 해군력 증강을 위해 필요한 우리 조선업이나 방산, 반도체, 자동차 등도 우리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방식은 각종 사안을 돈 문제로 환산해 거래적으로 처리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폐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철수 등 경제·안보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계해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주영 전문기자
안주영 전문기자
●북미 정상회담 재개 시 韓 ‘패싱’ 막아야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트럼프의 김정은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 때문에 북미 회담 가능성은 있다. 그동안 북한 문제가 미국의 다른 외교 현안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회담 재개가 늦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최근 북한 문제를 다루는 특임대사로 ‘대화 지지파’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대사가 임명된 것을 보면 조기 개최 가능성도 있다. 미북 대화가 재개되면 한반도 긴장이 수그러들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북 회담이 열릴 경우 트럼프 1기와 비교하면.
“2018년에 비해 북한의 협상 입지가 달라졌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완성도가 높아졌고 러시아와 동맹·파병으로 입지가 좋아졌다. 미국은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핵개발 동결을 북한이 이행할 경우 경제제재를 풀어 줄 수도 있다.”
-미북 대화에서 한국이 ‘패싱’되면 악재인데.
“트럼프는 양자 간 접촉을 선호하고 다른 관련 당사국을 무시하는 협상 스타일이기도 해 패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안보를 고려하지 않은 딜이 이뤄진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도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위협이 지속되고 북한의 핵 및 재래식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 한일 양국은 협력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 경우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위협을 어떻게 제거하고 우리나라는 어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냐가 한국 외교의 최대 어젠다가 될 것이다.”
-북핵 위협이 커지면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론’이 나오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확장억제 및 한미동맹 관계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나라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 트럼프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축소하고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방식으로 나올 경우 한국의 핵 개발이나 이에 이르는 중간 과정인 원자력협정 개정 등에서 바이든 행정부보다 유연하게 나올 수 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정치권은 외교안보 정책을 정파적 차원에서 접근했다”면서 “북협 위협과 대국에 둘러쌓인 우리나라는 이념과 감성보다 국익에 입각해 실리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안주영 전문기자
●한일 관계 악화되면 美와도 껄끄러워져
-미중 패권 경쟁이 더 격화될까.
“트럼프 2기는 대중국 대결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는 대중 강경파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주목된다.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절반 이상을 상하이 공장에서 만드는 등 중국과 깊은 경제적 연계 관계를 가지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대중 강경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미중 갈등에서 한국의 스탠스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우선순위로 삼고 그러한 전제하에 중국과의 관계도 호혜와 상호존중의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 외교전략이다. 60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안보 위협이 점차 증대되는데도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 덕분이다. 경제·기술협력 분야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선진국들 네트워크부터 한국이 소외된다면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 ‘균형외교’를 하지 않았나.
“미국과는 몇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동맹 관계이다. 이런 나라와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중간쯤에 있겠다는 것은 미국과 멀어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때는 중국의 한국을 향한 ‘미소외교’가 더 강화될 것인데 한국 정부는 현명한 스탠스를 취해야 할 것이다. ”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가되 감성보다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북한 위협 시 우리나라가 전방이라면 일본은 후방·병참기지 역할을 한다. 전방과 후방에 해당하는 두 나라가 서로 싸운다면 그 여파가 한미 관계에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에서도 한일 관계는 중요한데.
“안보와 경제는 완전히 맞물려 돌아간다. 한일 관계가 나쁘면 경제·기술협력, 예를 들어 칩4(한미일대만의 반도체 동맹) 같은 첨단 기술 네트워크에도 들어가기 힘들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지고 일본을 포함한 다양한 서방측과의 소다자 협력 네트워크에서도 제외되기 쉽다. 중국에 기운 한국을 믿을 수 없다면서 말이다.”
●정권마다 흔들리는 외교, 국익 도움 안 돼
-비상 시국인 만큼 외교에 여야의 초당적 대처가 필요한데.
“정치권은 외교 안보도 국익보다 정파적으로 접근해 온 게 사실이다. 보수는 친미·친일, 진보는 친중·반일로 프레임워크가 정해진 것 자체가 큰 문제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차기 정권에서 한미동맹을 경시하고 친중, 반일로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와의 관계는 얼마나 잘 먹고 잘사느냐의 문제지만 한미동맹 관계는 안보가 걸린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한미동맹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일본도 구한말 시대 제국주의 일본으로 볼 것인가, 미래지향적 국익 관점에서 협력 파트너로 볼 것인가, 어느 것이 더 이득일지 판단해야 한다. 미중 두 나라가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에서 동맹인 미국과 거리를 두고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정권마다 외교정책이 바뀌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승자 독식의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외교안보 분야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정치체제에서는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도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여당이 합리적인 정책을 펼쳐 잘되면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고 극한 대립하다 보니 정권교체 시 외교안보 정책도 확 바뀌어 일관성이 없게 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87년 정치체제의 개혁 없이는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윤영관 이사장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국제정치학 전공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진보 정권에서 장관을 지냈지만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중도적 입장에서 외교정책에 접근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 관심사는 트럼프 2기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국에 미칠 영향 및 대응 방안이다. 저서 ‘외교의 시대’ 후속편도 작업 중이다. 지난해 3월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최광숙 대기자
2024-12-18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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