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양이/조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양이/조은

입력 2016-02-12 18:02
수정 2016-02-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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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조은

고양이가 골목에서 마주친 나를

강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피하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다

막다른 골목에서 삶과 대면하는 듯…

계속된 한파에 움츠러든 나는

머플러 속에 얼굴을 묻으며

고양이를 외면하고 걸었다

고양이는 찬바람이 부는 골목에서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렸던지

작심한 듯 나를 뒤쫓아왔다

내가 멈추면 따라 멈추고

걸으면 따라 걸었다

이상한 생각에 뒤돌아봤을 때

축 늘어진 젖무덤이 보였다

삶의 생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기막힌 암흑!

나는 집으로 달려가 밥솥을 열었다
2016-02-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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