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 온 뒤 아침 햇살/유승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 온 뒤 아침 햇살/유승도

입력 2017-04-28 18:08
수정 2017-04-28 23:5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우범 ‘Fantasia Spring’
정우범 ‘Fantasia Spring’ 250×124㎝, 캔버스에 아크릴.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운영위원 역임. 워싱턴 갤러리 미셸, 서울 선화랑 개인전.
비 온 뒤 아침 햇살/유승도

나뭇잎 씻어줄래

투명하도록 푸르게 씻어줄래

푸른빛 타오르게 불태울래

벌들의 몸에도 붙어 반짝이며 날아갈래

죽은 나무에도 척 붙어 쓰다듬을래

바위에도 내려앉을래

거름 더미에도 내려앉을래

눈부시게 만들래

노란 꽃처럼 한 송이 노란 꽃처럼

세상을 그렇게 만들래

비 갠 뒤 대기는 파랗게 빛난다. 햇살은 풀잎 끝에 매달린 둥근 빗방울들을 진주 알갱이처럼 꿴다. 빛의 명료함 속에서 민들레는 노랗고, 버드나무 새잎은 연두색이다. 버드나무 늘어진 가지를 흔들며 오는 바람도 연둣빛에 물든다. 비 갠 뒤 아침은 햇살이 수놓는 파랑, 노랑, 연두색들로 색채의 향연(饗宴)을 펼친다. 햇살은 할 일이 많다. 여기 동사(動詞)들이 그 증거다. 씻어줄래, 불태울래, 날아갈래, 쓰다듬을래, 내려앉을래, 만들래. 이 햇살이 부린 마법으로 비에 씻긴 세상은 한결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이다.

장석주 시인
2017-04-2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