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황영성
캔버스에 아크릴, 97x162㎝
조선대 명예교수. 국전 문공부 장관상·이인성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가족/고이케 마사요
여자가 부엌에서 혼자
조용히 콩깍지를 까고 있다
블랙아이드피라는 이름의 콩이다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다
이름 그대로
검은 눈 같은 작은 콩이다
딸이 그 옆을 지나간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딸도 콩깍지를 깐다
심심한 손녀가 부엌에 들어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손녀도 콩깍지를 깐다
남편이 출장지에서 지쳐 돌아온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남편도 콩깍지를 간다
아들이 애인을 데리고 돌아온다
네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들도 콩깍지를 깐다
정신이 들자
조용히 콩깍지를 까고 있는 여섯 명의 가족
테이블 위에는 조용한 콩깍지의 산
“우리가 왜 콩깍지를 까는 거지?”
그리고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가장 조용한 의문 하나가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살짝 테이블 앞에 앉는다
어릴 적 마을의 이발소에는 엄마 젖을 빠는 새끼 돼지들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판화가 이철수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네 그림이 이발소 돼지 그림만큼 쉬웠으면 좋겠구나라고 말했다 한다. 아들은 평생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작업을 했다. 좋은 시는 아주 쉬운 언어로 쓰여야 한다. 이발소 그림처럼 누구든지 한눈에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쉬운데 읽을수록 깊이가 느껴진다면 그 시는 진짜 시라 할 수 있다.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동주의 ‘별 헤는 밤’ 같은 시가 모범이라 할 것이다. 6명의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콩깍지를 깐다. 오랜 세월 인간이 꿈꾼 평화와 사랑이 이곳에 있다.
곽재구 시인
가족 이야기/황영성
캔버스에 아크릴, 97x162㎝
조선대 명예교수. 국전 문공부 장관상·이인성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조선대 명예교수. 국전 문공부 장관상·이인성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조선대 명예교수. 국전 문공부 장관상·이인성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가족/고이케 마사요
여자가 부엌에서 혼자
조용히 콩깍지를 까고 있다
블랙아이드피라는 이름의 콩이다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다
이름 그대로
검은 눈 같은 작은 콩이다
딸이 그 옆을 지나간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딸도 콩깍지를 깐다
심심한 손녀가 부엌에 들어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손녀도 콩깍지를 깐다
남편이 출장지에서 지쳐 돌아온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남편도 콩깍지를 간다
아들이 애인을 데리고 돌아온다
네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들도 콩깍지를 깐다
정신이 들자
조용히 콩깍지를 까고 있는 여섯 명의 가족
테이블 위에는 조용한 콩깍지의 산
“우리가 왜 콩깍지를 까는 거지?”
그리고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가장 조용한 의문 하나가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살짝 테이블 앞에 앉는다
어릴 적 마을의 이발소에는 엄마 젖을 빠는 새끼 돼지들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판화가 이철수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네 그림이 이발소 돼지 그림만큼 쉬웠으면 좋겠구나라고 말했다 한다. 아들은 평생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작업을 했다. 좋은 시는 아주 쉬운 언어로 쓰여야 한다. 이발소 그림처럼 누구든지 한눈에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쉬운데 읽을수록 깊이가 느껴진다면 그 시는 진짜 시라 할 수 있다.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동주의 ‘별 헤는 밤’ 같은 시가 모범이라 할 것이다. 6명의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콩깍지를 깐다. 오랜 세월 인간이 꿈꾼 평화와 사랑이 이곳에 있다.
곽재구 시인
2018-09-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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